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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 난폭함이 현실에 그대로 코스모스펀드
04-21 14:00
[VT총기참사 파장 - 한국사회에 내재된 ‘VT비극’요소들] 가상세계 난폭함이 현실에 그대로



[헤럴드경제 2007-04-20 13:32:33]


인터넷ㆍ 게임 동명이인 홈피 비방글 폭주…게임중독 폭력 행동 유발
조승희 씨가 저지른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은 게임과 인터넷이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우리 주변을 다른 눈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소통 역할을 해온 인터넷이 의도치 않게 ‘악순환의 고리’가 돼버린 것. 그들을 통해 가상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곧 가상이 된다. 잔혹한 가상현실은 실제 폭력을 만들고 인터넷에서의 막말은 현실에서도 여지없이 튀어나온다. 세상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가 게임과 인터넷을 거쳐 사회에 투영되면서 열린 공간의 순기능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모두에게 자유로운 소통로인 웹공간이 감정의 배설구가 되고 있는 것. 열린 공간이 폐쇄적인 소외를 만드는 역설이다. 이슈에 오른 인물을 찾아나서 ‘추적’하는 집요함과 한번 찍으면 무차별 ‘공격’하는 난폭함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총격범이 84년생 조승희로 밝혀지자 조승희라는 동명이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하루에만 1만명이 넘는 방문자로 몸살을 앓았다. 방문자들은 “살인마.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부터 “XX야, 나라 망신시키는 나쁜 놈” 등 욕설이 뒤섞인 글을 마구잡이로 올렸다. 시달리던 한 홈피 주인은 홈피 제목을 ‘내가 안 죽였다’로 올려 쓴웃음을 자아냈다.

게임 폭력성과의 연관성도 지적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폭력사건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일반적인 연관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2005년 게임광이던 김모 일병이 일으킨 ‘GP 총기 난사’ 사건이나 빈번히 빚어지는 청소년 폭력사건으로 게임중독의 심각성은 항상 논란이 돼왔다. 게임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과 게임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전문가들은 게임에 중독돼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될수록 현실을 가상세계로 착각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는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네티즌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 싸우는 행위)가 일어나는 단골게임. 아이템 거래 문제와 엮어 게이머들 간의 폭력사건으로 자주 비화된 것. 또 최근 동시접속자 10만~20만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FPS(1인칭 슈팅)게임도 잔혹한 게임성으로 자주 지적받는 장르. FPS게임은 PC방에서 초등학생들이 많이 하는데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거나 청각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해 게임을 자주 접한 청소년에게 폭력적 언어와 행동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잔인한 게임에 몰입한 네티즌은 끔찍한 사건에도 무감각증을 보여준다. 일부 네티즌은 FPS게임에서 통용되는 은어로 이번 참사를 게임처럼 묘사하는 댓글을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게임에 몰입돼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구분치 못하고 사회현상도 무감각하게 보는 네티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우려다.

권선영·윤정현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