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보고 있다” 코스모스펀드 01-04 15:03
이름: 옮김 2005/10/10(월) “그분이 보고 있다”     ‘그분’이 보고 계시니까 숨 고를 틈조차 없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후 첫 훈련을 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훈련 때는 물론 휴식할 때, 그라운드에선 말할 것도 없고 숙소에서조차 마찬가지다. 9일 오전의 패싱훈련. 2개조가 똑같은 훈련을 바로 옆에서 하고 있었지만 ‘그분’의 눈이 어디를 향하는가에 따라 패스 속도가 현저히 달라졌다. ‘그분’이 바라보고 있는 쪽의 패스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한 일. 물론 ‘그분’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 선수들의 몸놀림도 ‘슬로모션’으로 바뀐다. 경기장 주변을 뛰면서 회복훈련을 하는 선수들조차 ‘그분’ 앞을 지날 때만큼은 마치 100ｍ 달리기를 하듯 속도를 올린다. 특히 연습경기 때 선수들의 파이팅은 무섭다. 과감한 태클과 쉼없은 압박은 기본. 간혹 서로 부딪혀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라운드에 몸이 닿기 무섭게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다. ‘그분’이 눈을 부라리고 보고 있으니 ‘간택’을 기다리는 선수로서는 잔디에 등을 댈 겨를조차 없다. 3개조로 나뉘어 미니게임을 하다가 잠시 쉴 때도 소위 ‘퍼져 있는 선수’는 없다. 대부분 서서 게임을 보거나 설령 앉는다고 해도 복근훈련을 하며 그라운드를 응시한다. 숙소생활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 ‘그분’은 “불만이 있으면 내게 직접 말하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그분’에게 감히 말을 건 선수는 없다. 저녁 휴식시간 때 감독의 허락을 받고 잠시 숙소 밖으로 나갔다오던 일은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훈련이나 미팅 지각시 벌금 10만원, 단체행동시 휴대폰 통화 자제 등 이런저런 행동규율이 있지만 ‘그분’이 응시하고 있는 태극전사 22명은 법 없이도 살, 선민(善民)으로 변한 느낌이다. 〈파주|김세훈기자〉 [경향신문   2005-10-09 20: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