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코스모스펀드 01-04 16:37
이름: 테리팬 2006/3/4(토) 펀글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냥 몇자 적어봅니다. 미국 기업들의 작년 성적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특이사항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실적 하락으로 인한 구조조정이나 감원 이야기가 들리지만, 늘 있었던 일입니다. 소매업 하는 이들이야 장사 안된다는 불평을 늘 입에 달고 살지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좀 불안한 현상들이 있습니다.  뭐랄까....계속 보이지 않게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랄까요? 다들 표정관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도 우린 이번에 이만큼 성장했어~~ 라고 하지만 내실을 보면 그렇게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셔츠를 $100 주고 산다고 칩시다.  예전에 샀던 셔츠는 지금까지도 말짱합니다. 하지만 작년봄에 산 셔츠는 헤어지고 색이 누래져서 더이상 입을 수가 없습니다. 모양이나 디자인은 똑같아 보이지만 이른바 경비절감을 위해서 질이 낮은천을 쓰는 것입니다. 이 옷들에 쓰이는 옷감질은 지난 몇년간 계속 하락했습니다. 이제 몇년전 샀던 것과 똑같은 질의 셔츠를 사려면 두배의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또, 용수공급을 위해서 사용하는 기계가 있습니다. 이게 정기 책업이 기존에는 1주일에 한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느틈엔가 열흘에 한번으로 바뀌더군요. (관련 법규는 잘모르겠지만, 그거야 관리회사에서 이유를 둘러대면 대개는 그냥 넘어갑니다.) 이른바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이렇게 [경비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마켓에서 느끼게 되는 이른바 시장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당장 느낄 수 있는 것은 고기나 야채값이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값으로 5불 주고 사과 5개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3개나 혹은 갯수는 같지만 크기가 작은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나 연방정부의 공공예산에서 나오는 각종 펀드들도 많이 깍였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사회교육예산입니다. 지난 호황 당시에도 빈부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 빈부차 문제를 감당해야할 최소의 예산마저 대부분 동결되거나 잘려 나갔습니다. 이외에도 많습니다. 감원무풍지대 중 하나였던 유명신문사 하나가 얼마전 공개적으로 감원을 했습니다. +++++++++++++++++++++++++++++++++++++++++++++ 물론 경기연착륙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표상으로 큰문제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일전에 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지표가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표 외에 여자들 속옷을 보라느니 하는 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미국실업률이나 고용률이니 하는 통계도 사실은 숫자놀음인 것이 비정규직이나 소매 서비스업을 포함한 통계들입니다. 스타벅스 같은데 가보면 We are hiring!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직장을 얻을 수야 있겠지만, 결국 커피전문점 직원입니다. 이런 소매 서비스업들은 경기에 쉽게 영향받습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미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아시겠지만, 일반 소매 서비스업 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일자리들이 미국내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른바 미국이 독점을 누리던 영역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이 그 예입니다. 그렇다고 일자리 창출을 애쓰는 것도 아닙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를 저는 날개에 달린 깃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경기가 강한 상승기류가 불어와서 상승할 기회를 얻게 되더라도 깃털이 없는 관계로 얼마 못올라가지 않나 싶습니다. 이상적인 것이야 몸무게만 줄이고 깃털은 보존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살은 살대로 찌고 깃털은 깃털대로 빠져나가거나 살을 잘라낸다면서 깃털까지 뽑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날개근육만 강해봤자 소용없지 않습니까? 위 $100짜리 셔츠 이야기로 다시 가보죠. 예, 싼옷감을 채택했고 소비자는 (비록 경기가 안좋아서 주머니가 가벼워졌지만)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셔츠를 사서 만족했습니다. 기업입장에서는 그만큼 이익을 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의 경비절감이 과연 언제까지 통용될까요? 이런 상황에서 유가는 그대로이고, 이락 전쟁에 또다시 수백억달러의 돈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베이비 부머 세대-10년 안으로 노인문제가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문제와 더불어서 지불해야할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어디서 그 재원을 마련해야 할까요? 경비절감으로? 메이드인 차이나나 인디아로? 그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은 미국시장과 경제는 서서히 응축하게 된다는 것입다. 지표상으로 이 현상이 보이지 않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초거시적 megascopic] 현상이랄까요? 미국이 당장 망한다거나 그런 말은 아닙니다. 부자가 망해도 3대가 간다는 말이 있지요?   미국이 가진 과학기술/지식의 축적은 정말 놀라운 수준입니다. 비록 경제가 지금보다 꽁꽁 얼어붙더라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분야 만큼은 투자를 포기하지 않을 이들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어디 소수의 엘리트나 기업만으로 돌아가나요?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를 주절대서 좀 죄송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