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펀글) 코스모스펀드 01-04 16:37
이름: 테리팬 2006/3/5(일) 환율(펀글)   #첫번째 실수 97년들어 한국은행은 새로운 시장개입 방안을 채택했다. 외환보유액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개입을 시작한 것. 선물환도 시간이 흘러 만기가 도래하면 달러와 원화를 주고받는 현물환과 같게 되지만 거래하는 당시에는 달러가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외환당국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한국은행은 한 3개월정도만 선물환으로 매도개입에 나서면 원/달러환율 상승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니 일국의 중앙은행이 무한대의 매도개입에 나선다는데 감히 어떤 누가 대항하겠냐는 생각이었으며 처음에는 가장 짧은 1개월물 이하의 선물환 매도개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냉정을 잃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수렁에 빠져 죽는 줄도 모르고 덤비는 법, 외환시장 상황이 당국의 뜻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한 몇 번 1개월물로 개입하면 잡힐 줄 알았던 환율이 계속 뜨기 시작하자 당국은 2개월물, 3개월물 등 더욱 더 긴 만기물로 선물환 매도개입을 단행해야만 했다. 처음 1000만달러로 시작했던 개입도 3000만달러, 5000만달러로 점점 늘어만 가게 됐다. 전방위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세가 억제되기는커녕 시장은 당국의 매도개입을 비웃으면서 그날 그날의 먹잇감으로 삼기 시작했다. 매도개입이 없으면 환율이 제한선까지 뜨는 판이었기 때문에 누가 용기를 내서 먼저 당국의 매도개입선을 공격하느냐가 그날의 승부처였다. 재정경제부의 지시를 받아 시장개입의 일선에 나서는 한국은행은 은행딜러들을 불러모아놓고서는 달러를 매수하는 것은 곧 매국이라고 강변하면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자리를 여러 번 가졌다. 그러나 선물환 매도개입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외환보유액 고갈 속도가 빨라졌으며 당국은 그제서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깊이 빠져버렸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수없이 쏟아 붓던 선물환 매도개입분이 전량 만기도래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고갈을 넘어 마이너스가 돼버리고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해야 하는 외환당국이 오히려 달러를 꿔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마침내 경제부총리가 개입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수개월간에 걸쳤던 선물환 매도개입의 역사가 끝을 보게 됐으며 원/달러환율은 사상 처음 1000원선을 돌파했다. 당국의 매도개입에 동참했던 국책은행들은 은행 부도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이때부터 달러매수로 180도 방향을 전환, 환율폭등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상승을 막던 정부당국이 도망가고 국책은행이 갑자기 달러를 매집하기 시작하는 데 놀라지 않을 장이 있을까, 환율은 결국 원/달러 역사상 다시는 나오지 않을 빠른 속도로 2000원까지 치솟게 된다. #두번째 실수 2004년 초에는 역외세력에 대한 NDF거래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2003년 10월부터 재경부는 사상처음 NDF 거래방식을 통한 개입을 시작했다. 개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서 원화를 조달하고 달러매수개입에 나서는 불편함과 NDF거래 특성상 제약이 없는 개입이었기 때문에 재경부는 신무기를 마련한 양 초반에 승승장구했다. 1140원대였던 환율을 1200원까지 치솟게 만들었으며 재경부 국제금융국은 그 해 말 종무식 파티에서 승리 축하 발언에 고무되면서 한국적 공무원의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편법적인 거래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일. 해가 바뀌자 재경부의 개입패턴을 모두 파악한 역외세력이 역공을 시작했다. NDF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덤빈 재경부는 NDF 개입이 잘못된 것임을 뒤늦게 인지한 뒤 역외세력의 NDF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법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규정 신설 초기 국내시장에 혼선만 가중시켰을 뿐 효과가 얼마 가지 못했으며 정기국감에서 호되게 당한 재경부는 NDF 개입에 손을 댄 지 1년만에 수조원의 비용을 탕진하고 그토록 방어에 목메던 1140원도 내주게 된다. 그 후 1개월만에 100원 폭락하면서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을 치게 된 것은 재경부의 자업자득. #세번째 실수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일을 갖고 세번째 실수라고 단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한국은행이 최근 몰래 추진하고 있는 외환거래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 또 한번의 크나 큰 정책실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 우려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국은행이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 것도 있고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도 않은 마당에 문제점을 열거하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환율속이기의 음모'를 휠씬 뛰어넘는 반시장적이며 외환시스템을 통째로 뒤엎어버리는 쿠데타와도 같은 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7년에는 환율상승을 잡겠다고 날뛰다가 국가경제운영권을 IMF에 헌납했다. 2003년∼2004년에는 1140원을 막아야만 경제가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탕진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다가 결국 최근들어 가장 빠르고 강한 환율하락을 이끌어 냈다. 모두가 정도를 걷는 개입이 아니고 변칙적인 방법을 막무가내로 동원한 뒤 감당하지 못할 후유증을 자초했다. 이런 모든 걸 다 이해하는 한국은행이 왜 갑자기 또 무모한 일을 자초하려 하는지, 실패로 결과가 확정될 일을 왜 추진하려 하는지, 왜 시장 전반의 의견을 듣지 않고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일부 소인배적 어드바이저에 기대고 있는지 한심한 일이다. 선물환매도개입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당사자는 정부당국의 그 같은 행위가 있었기에 97년 당시 달러를 충분히 매수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경부의 NDF개입을 자문했던 곳은 일련의 개입행위의 창구가 되면서 1년간 벌 돈을 1개월만에 달성해버리고 엄청난 보너스를 받았다고 한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누가 애국이고 누가 매국인지, 어디가 갈 길이고 어디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바란다. 그래도 추진하겠다면 이번에는 정책 실패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도 공표하고 밀어붙여야만 하다. 그래야만 역사의 판단 앞에서 최소한 비겁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일이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