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PC 하나가 될 것" 코스모스펀드 05-18 12:36
[중앙일보 2007-05-18 07:33:05] [중앙일보 이원호.김원배.하현옥] 미국 서부 시애틀 인근의 레드먼드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본거지다. 이곳에 있는 MS 본사는 대학 캠퍼스처럼 여러 동으로 이뤄졌고, MS사람들은 실제로 본사 빌딩을 '캠퍼스'라고 부른다. '공부하는 곳'이란 뜻이다. 매년 거기에서 MS가 주최하는 'MS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이 열린다. 이 행사가 열릴 때 레드먼드시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IT(정보기술) CEO들이 몰려든다. 저녁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며 미래의 기술을 논의한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이 세계경제인 모임이라면 MS CEO 서밋은 'IT정상회담'이다. 올 CEO서밋(15~17일)에는 주최자인 빌 게이츠 MS 회장을 비롯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미디어 업계의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팻 미첼 MTR(뮤지엄 오브 텔레비전 앤드 라디오) CEO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래 비즈니스 환경을 점치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게이츠="앞으로는 휴대전화가 정보단말기로 바뀌고, PC가 더욱 작아진다. 머지않아 휴대전화PC(모바일 인터넷전화)가 나올 것이다. 미디어 콘텐트는 물론 내비게이션 등과 같은 응용 서비스가 휴대전화PC에 모두 담긴다." ▶버핏="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어떻게 바뀔지 나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IT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은 후계자를 잘 키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도 기업이 생존하도록 해야 한다." ▶머독="새 비즈니스를 찾을 때 두 가지 영역을 눈여겨봐라. 기존 사업자들이 게을러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사업, 너무 리스크(위험)가 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팻 미첼="앞으론 모바일TV 등 개인미디어가 미디어시장을 이끈다. 그래서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 소비환경이 확 바뀔 것이다. 광고 시장에서도 개인 미디어의 비중이 높아진다." 세계 CEO들은 이 같은 몇 마디 화두에서 경영의 영감을 얻는다. 빌 게이츠 회장은 매년 세계 주요 CEO 100여 명을 직접 선별해 MS CEO 서밋 초대장을 보낸다. 이번에 한국 CEO로는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조영주 KTF 사장이 참석했다. MS는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KTF와 제휴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올해 초 3세대 휴대전화의 운영체계(OS)인 '모바일 윈도 6.0'을 출시해 이 제품의 글로벌 판매에 팔을 걷었다. MS CEO 서밋의 토론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본지는 서밋 폐막일인 17일 김.조 사장과 국제전화 인터뷰를 해 이번 서밋의 토론내용을 알아봤다. 김 사장은 "'미래 IT 세상은 어떻게 변하나'와 같은 주제를 놓고 게이츠.버핏.머독 등 세계적인 CEO들과 난상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회의 일정은 강행군이다. 참석자들은 오전 6시30분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9시 넘어서야 MS가 제공한 숙소(페어몬트 올림픽 호텔)로 돌아온다. 세계 최고 부자가 내는 식사라 격식을 갖춘 메뉴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침.점심.저녁 메뉴 모두 간단한 서양식 뷔페였다. CEO들은 쟁반을 들고 다니며 식사를 하고 식당 안에 있는 작은 회의실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서밋의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16일) 게이츠가 자신의 저택에서 마련한 만찬. 참석한 CEO들과 스킨십을 나누고 MS와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자리다. CEO들은 배를 타고 '게이츠 하우스'로 갔다. 그의 저택은 호수인 '워싱턴 레이크' 자락에 위치해 있다. 조 사장은 "배를 30분 타고 가면서 선상 칵테일 파티를 했다"고 말했다. 5에이커 규모(약 6100평)의 저택 안에는 오리엔탈 풍의 가구가 눈에 많이 띄었다. 개인도서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서적 등 옛날 과학서적이 많았다. 게이츠 회장은 다빈치 소장 서적을 3000만 달러에 사들였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게이츠 회장이 조만간 일본.중국 등 아시아 각국을 순회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도 꼭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하우스 만찬 메뉴 역시 워크숍 식사와 마찬가지로 소탈한 서양식 뷔페였다. 모두 서서 먹었다. 조 사장은 "게이츠 부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잘 나서지 않았다. 대화는 참석한 CEO끼리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원호.김원배.하현옥 기자 llhll@joongang.co.kr ◆ 빌 게이츠=1975년 하버드 대를 중퇴하고 MS를 창업,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워냈다. MS 윈도 운영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PC에서 쓰인다. 그의 개인 재산만 56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 부자다. 역대 'MS CEO 회의' 빌 게이츠 말 … 말 … 말 … ▶1997년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시공을 초월한 교류가 이뤄지는 디지털 시대엔 비즈니스가 생각의 속도로 운영돼야 한다." ▶1998년 "PC 음성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표준화될 것이고 그런 노력은 일부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999년 "오늘날 높은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은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능력을 갖고 있다." ▶2000년 "2005년이 되면 e-북과 태블릿PC 시장 규모가 적어도 10억 달러는 될 것이다. e-북은 2008년이 되면 전체 책 매출을 능가할 것이다. 2010년이 되면 대부분 잡지가 전자 매거진 형태로 발행되고, 2020년엔 이런 혁명이 끝나게 된다." ▶2001년 "향후 10년간 인간은 컴퓨터와 더욱 밀접해진다. 인터넷을 통한 소비.판매가 5년 뒤엔 지금의 4배로 성장할 것이다." ▶2002년 "미래지향적 기업은 기술을 변화의 중심에 둬야 한다. 컴퓨터가 지난 20년간 생산과 고용에서 거대한 효과를 가져왔음에도 더 큰 발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CEO들은 비용 절감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 발전에 투자해야 한다." ▶2003년 "IT는 이제 과거의 단순한 백 오피스(후선 지원 업무) 기능을 벗어났다. 정보 근로자가 효과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2004년 "기술의 발전과 진보는 지식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 주고 생산성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 혁신은 모든 비즈니스에서 기회를 창출한다." ▶2005년 "정보 근로자는 비즈니스 혁신의 동력이다. 이제 제조에서 서비스 기반의 경제로 이전되고 있다. 다가올 10년 동안 기술혁신의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2006년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싸여 있지만 효율적 정보 이용은 미진하다.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게 아주 중대한 일로 다가왔다. 중요한 시작점은 바로 사람들이 웹이나 컴퓨터.휴대전화 등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정보를 찾도록 해 주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yunock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