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갖고 튄 계주…피해자들 “평생 꿈 깨져” 코스모스펀드 06-23 09:52
[경향신문 2007-06-22 01:22:25] 한동네에서 30여년간 주민 1200여명의 곗돈을 관리하던 ‘계주’가 곗돈 100억여원을 가지고 잠적했다. 계주가 ‘교주’로 불릴 만큼 신뢰로 유지되던 계가 깨지자 동네는 쑥대밭이 됐다. 서울 면목동에서 계주 김모(58)·엄모(65)씨는 공동계주로 30년 넘도록 이 동네에서만 계를 꾸렸다. 그동안 한 번의 사고 없이 곗날이면 여지없이 계를 타게 해 계원들은 절대적으로 김씨 등을 신뢰했다. 계원도 불었다. 10여년 간 계를 들어 온 오영임씨(54)는 “김씨가 그동안 칼같이 일을 해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며 “계주라기보다 ‘교주’처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30년간 낮 12시30분만 되면 같은 장소에 나타나던 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없었다. 계원들은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김씨는 끝내 계원들의 곗돈을 들고 잠적해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동계주 엄씨 역시 계를 깨고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피해액은 100억여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청소일을 하며 김씨에게 30년 전부터 계를 부어온 이은순씨(66)는 김씨의 집 앞에서 통곡했다. 이씨는 20대에 장애인이 돼 시댁에서 쫓겨난 후 아들 하나만 데리고 나와 건물 청소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몽땅 계를 들었다. 건물을 하루에도 몇개씩 청소하고 종이를 주워 모아 팔며 곗돈을 부었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제일 마지막 순번을 골랐다. 다음 달이면 평생 모은 돈 1억4800만원을 받게 돼 있었다. 이씨가 대신 들어준 친척들의 몫까지 합하면 2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씨의 평생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70평생 남의 쓰레기 치우면서 못 먹고 못 입고 부은 돈이었다”며 울먹였다. 신동화씨(54)도 마찬가지다. 신씨는 “다른 사람 집에서 20년간 파출부로 일하면서 그저 자식들에게 손이나 안 벌리려고 15년을 갖다 바쳤다”며 “철썩같이 믿었는데 호소할 데도 없고 도망간 사람을 어떻게 찾느냐”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7000여만원을 일순간에 날렸다. 계는 매달 11일, 15일, 21일 등 5번 운영되는데다, 곗날마다 팀당 39명씩인 팀이 여럿 있어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계원 80여명은 12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김씨 등을 업무상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도망간 계주 김씨는 출국금지 조치됐다. 〈김다슬기자 amorfat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