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휴가' 코스모스펀드 07-08 23:00
-------------------------------------- '화려한휴가', 5.18 광주를 보듬은 충무로 [노컷뉴스 2007-07-08 01:38:0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5.18광주 민주화 항쟁을 정면으로 다룬다고 해서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화려한 휴가'(김지훈 감독, 기획시대 제작)는 이같은 기대를 '다행히도'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 현대사 속 뼈아픈 진실인 5.18과 가장 대중적인 문화 소비 장르인 상업 영화가 배양기간을 거쳐 나온 '화려한 휴가'는 과도한 진지함을 경계하고 의미없는 웃음을 자제하며 양쪽 어느곳으로 떨어질 지 모르는 아슬함 속에 가파른 담장위를 배포있게 끝까지 걸어갔다. 1980년 5월 광주, 평범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인 당시 군사독재자의 명을 받은 공수부대 요원들은 북(北)이 아닌 남(南)으로 전투 명령을 받고 내려갔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끔찍한 10일간의 잔혹극이 펼쳐졌다. 당시 광주에 사는 평범한 택시기사 민우(김상경)은 서울 법대를 희망하는 동생 진우(이준기)와 어렵지만 밝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진우가 다니는 성당에서 마주친 간호사 신애(이요원)는 민우와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싹 틔워간다. 그렇게 소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 이내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광주의 비극과 마주한다. 매카시즘과도 맞닿은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군부독재. 극중 성당 신부(송재호)의 대사처럼 "모반을 한 사람이 정당성을 얻지 못하면 반역죄가 되기때문에 그 정당성을 얻으려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은 공수부대의 만행을 설명한다. 무남독녀 외동딸 신애의 아버지는 퇴역 공수부대 대령 박흥수(안성기), 공수부대의 만행을 보면서 "총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며 시민군의 대장으로 앞장선다. 그리고 광주 금남로 도청에서 소박한 민초들은 전쟁같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현대사의 비극을 어느 영화가 이렇게 솔직하게 그렸을까? 공수부대가 시민들의 저항에 퇴각을 준비하는 줄 알았건만 이내 정오 시간을 알리는 도청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무차별 난사로 변하는 장면은 충격 그자체였다. 실제 사실이 영화로 그려졌음에도 믿을 수 없는 허구처럼 여겨지는 대목이다.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현실앞에 맞닥뜨린 민초들의 눈물 그렇다고 영화가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생동감있는 캐릭터들의 삶의 무늬가 묻어나는 유머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의 톤을 자연스럽게 순화시킨다. 광주가 고향이면서 중학교 시절 5.18을 경험한 '명품 조연' 박철민과 박원상은 웃음속 처연한 페이소스를 표현해냈다. 이들의 웃음에서 슬픔이 묻어나는 것은 가슴아픈 역사적 사실에서 기인하고 있다. '실미도'에 이어 또다시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휴가'에서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은 역시 시민군 대장 역의 안성기다. 주인공 중 유일한 '먹물'(지식인)이자 군 장교 출신이라는 아이러니가 더욱 비장함을 키운다. 그는 이제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않고도 주인공 이상의 빛을 내는 진정한 '라디오 스타'가 된 듯하다. 스타로 급부상한 이준기가 몇 씬도 안되는 장면에 참여해 펼치는 진지한 연기는 그가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기를 원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