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대운하’ 상수도 대책 코스모스펀드 07-26 06:35
[대선주자 정책공약, 허와 실](7) ‘이명박의 대운하’ 상수도 대책 [경향신문 2007-07-24 18:43:26] 한반도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의 줄기를 파헤치는 초유의 대공사다. 대운하가 완공되면 강엔 갖가지 화물을 실은 바지선이 매일 떠다닌다. 행여 사고라도 나면 강물의 오염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식수원 확보가 과연 가능할까. 국민 3200만여명이 한강과 낙동강의 하천표류수를 식수원으로 살아간다. 식수원 문제만 놓고 보면 대운하 건설은 평지풍파나 다름없다. 식수원을 옮기자거나 취수방식을 간접취수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명박 후보측도 대운하 공약 작성 때 이 대목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후보측은 “취수원을 북한강변으로 이전하고 간접취수방식을 도입하면 맑은 물을 공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운하건설로) 수량이 풍부해지고 수질이 개선되면서 강변여과수와 인공함양수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간접취수라면 보를 만들어 인공적으로 물을 가둬 취수를 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물이 좋아질 수 있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후보측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강변여과수에 대해서도 우리 현실과 맞지 않고 엄청난 비용만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후보측 ‘수질개선론’ 근거있나=이후보측은 대운하 건설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근거로 독일운하의 물이 대부분 2급수라는 사실을 꼽는다. 독일의 주요 운하들은 1992년에 완공된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를 제외하고 대부분 1940년대 이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운하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이후보측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1940~50년대부터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독일 하천 수질은 거꾸로 19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수질이 개선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독일운하는 1980년대 초부터 집중적으로 하수처리장을 확충하고 인과 질소까지 제거하는 생물학적 고도처리시설의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적인 노력의 결실로 수질이 개선된 것이지 운하 건설에 따라 저절로 수질이 좋아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준설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후보측은 준설로 특히 낙동강 물이 깨끗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준설과정에서 오염물질이 포함된 퇴적물을 제거하면 심각하게 오염된 낙동강 물이 최대 1급수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후보측의 전제가 잘못돼 있다고 비판한다. 낙동강 오염의 주원인은 퇴적물이 아니라 취수원 주변의 공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성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부산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물금매리 취수장 주변에 550개의 공단이 들어서 있는데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조차 돼 있지 않다”며 “하상퇴적물을 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번짓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병옥 사무총장은 “준설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들은 먼저 퇴적물로부터 오염물질이 용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준설과정에서 물이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강과 낙동강 바닥은 단단한 암반 구간이 많다. 이를 파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돌가루가 식수에는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운하 건설 후 선박사고로 독성물질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에서도 라인강과 다뉴브강에서 한해 수십건의 선박사고가 발생해 200t이 넘는 오염물질이 흘러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 사무총장은 “취수원의 83%가 지하수인 독일과 달리 하천표류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 선박 사고는 상수원 폐쇄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후보 캠프 박형준 대변인은 “수도법 취지상 상수원에서 독극물, 화공약품은 운반못하게 돼있고 컨테이너선은 다 방수처리가 돼 있다”며 “마치 바지선에 독극물만 싣고 가는 것처럼 과대 포장해서 국민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김정욱 교수(환경대학원)는 “갑문을 설치할 경우 하천유속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보면 부영양화가 촉진된다”며 “지금까지 흐르는 물을 막아 하천 복원력과 안정화 능력이 향상된 예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변여과수가 대안?=이후보측은 식수원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취수지점을 북한강으로 옮기고, 강변여과수를 도입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강(양평)에 댐을 막아 400만t/일의 하천수를 공급하고, 경기 구리시 토평리 인근에서 강변여과수 취수로 400만t/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변여과수로는 대량의 물 공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강변여과수는 하천 인근에 관정을 뚫어 취수하는 방법이다. 모래충적층이 잘 발달된 지역에서 소량의 식수를 취수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차장은 “한강변은 모래충적층의 발달 정도가 미흡하다”며 “모래 사이에 점토질이 포함돼 있어 관정이 쉽게 막히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보측은 강변여과시설을 사용 중인 경남 함안군과 창원시를 성공적인 사례로 들고 있으나 하루 생산량이 각각 2만t, 8만t에 지나지 않는다. 창원시도 하루 8만t을 취수하기 위해 낙동강에 36개의 관정을 1.4㎞에 걸쳐 설치했다. 염차장은 “만약 400만t을 같은 방법으로 구하려면, 2400개의 관정과 100㎞의 구간이 필요하다”며 “서울에서 충주까지 관정을 뚫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후보 재임 당시인 2005년과 2006년 이미 간접취수가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투수 계수가 낮은 하상 퇴적층의 영향으로 한강과 대수층의 수리적 연결성이 좋지 않으며, 한강개발사업으로 인한 대수층의 손상 및 막힘 현상이 발생해 다량 취수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게 당시 ‘간접취수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의 결론이었다. 비용도 문제다. 기왕에 설치·운영 중인 강변여과시설로 추산해 보면 400만t 규모의 강변취수시설을 만들려면 1조원 이상이 든다. 엄청난 면적의 취수원 부지 매입비용을 포함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물·하천 센터국장은 “이후보측의 강변여과수 주장은 최소한의 검토조차 거치지 않고 임기응변식으로 나온 날림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강병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