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선진 증시 5% 급락 충격 코스모스펀드 08-17 18:39
- - 위험회피→캐리청산→엔 초강세→수출株 급락 - 서브프라임 위험 실물 경제로 전염..타격 현실화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17일 아시아 증시 `검은 금요일`의 중심에는 일본 증시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닛케이 225 지수는 전날보다 5.4% 내린 1만5273.68로 마감 작년 8월7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폭 또한 2001년 9월12일 이후 최대였다. ▲ 日 닛케이 225 지수 추이(블룸버그)지수가 올해 연초가(1만7225.83)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이미 까마득한 일, 이날 하루 만에 1만6000선과 1만5500선이 단숨에 무너졌다. 광복절 휴일분까지 합쳐 16일 폭삭 내려앉으며 충격을 줬던 한국 증시의 바통을 이날은 일본이 이어받았다. 한국 증시의 폭락이 신용경색에 따른 불안과 공포가 주원인이었다면 일본 증시의 폭락에는 위험회피와 캐리 청산에 따른 엔고라는 대형 악재가 자리잡고 있었다. ◇세계 2위..선진 증시의 5% 급락 충격 선진 증시답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신용위기가 아시아 증시를 휩쓸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꿋꿋이 버티던 일본 증시였기 때문에 이날 폭락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국이며 일본 시장을 대표하는 도쿄 증시는 뉴욕 증시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서브프라임 악재가 아시아 증시를 횡행하던 지난 2주간(8월1일~16일) 홍콩 H 지수는 11.6%, 한국 코스피 지수가 8.9%, 홍콩 항셍 지수와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ST) 지수, 대만 가권 지수 등은 8% 가량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 닛케이 지수의 낙폭은 이들 증시의 절반에 불과한 4.3%로 선진 증시다운 안정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닛케이 지수가 이날 하루 동안에만 지난 2주간의 전체 낙폭보다 크게 밀리면서 이같은 명성도 퇴색하게 됐다. ◇위험회피→캐리청산→엔 초강세→수출株 급락..원자재 악재도 가세 이날 일본 증시 폭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었다. 엔화 가치가 1.2% 급등하면서 수출주를 매다 꽂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에너지 관련주를 패대기쳤다. 캐논(-8.6%), 도요타 자동차(-8.0%), 혼다(-8.2%), 미쓰비시 전기(-9.2%) 등 수출주와 신일본석유(-10.4%), 신일본제철(-10.0%), JFE 홀딩스(-9.2%) 등 에너지 관련주들의 낙폭은 가히 기록적이었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서도 유독 일본 증시의 낙폭이 컸던 것은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 서브프라임에서 엔캐리 청산으로 구체화된 데서 찾을 수 있다. 서브프라임 악재가 아시아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쳐 파괴력이 분산됐다면 엔캐리 청산은 일본 증시에 파장을 집중시키는 악재였다는 것이다. 돋보기의 초점을 모아 종이의 한 지점을 비추면 타들어가는 것처럼 이날 악재는 일본 증시에 집중적으로 모여 지수를 하락시켰다는 설명이다. ◇서브프라임 위험 실물경제로 전염..타격 현실화 이날 일본 증시 폭락은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아시아 지역의 실물 경제에 타격을 가한 사건이라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정책권자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와 아시아 경제간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실제 최근들어 글로벌 신용위기가 부각되면서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거듭했지만 이는 단기 급등에 따른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고 아시아 지역 은행이 고해성사하면 금융주에 일제히 투매가 몰리는 식이었다. 반면 이날 지수를 잡아끈 악재들은 실체가 분명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떠받치던 엔캐리가 청산된 것은 수출기업의 수익성 전망을, 원자재 가격 급락은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실적 기대를 무너트렸다. 특히 이날 원자재 가격이 급락의 원인이 서브프라임 파동으로 인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받아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충격이 실물 경제에 파급되고 있다는 분석은 미국 시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15일 주택시장 부진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 정도 갉아먹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홈디포도 신통찮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국제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신용위기가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 대통령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경제를 책임지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까지 나서 서브프라임 파동이 실물 경제를 망가트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국제 금융시장의 근심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의 강력한 전염성은 이미 금융시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부동산 시장에서, 유가 및 원자재 시장에서, 기업들의 실적에서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날 일본 증시 폭락은 서브프라임의 실물경제 위협설을 어느 정도 암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처참하게 추락한 닛케이 지수 그래프를 바라보는 전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눈빛이 전에 없이 근심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