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시, 작년 10월 北核실험뒤 김정일에 친서 옮김 09-03 17:33
[세계일보 2007-09-03 15:54:31]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사진)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친서를 보내 북미 간 대화 국면이 전개됐다고 일본의 월간지 중앙공론 8월호가 전했다. 이는 당초 유력하게 나돌던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먼저 접근해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됐다’는 얘기와는 다른 내용이다. 미국의 안보전문가인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협회(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경유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이 부시 대통령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 친서를 받은 뒤 자신도 미국와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고 시걸 국장은 전했다. 당시는 북한이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10월 초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북한 폭격설이 나오는 등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어서 중국과 북한의 신뢰가 높은 키신저 전 장관이 비밀특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친서에 핵을 폐기하고 평화조약 등을 체결하자고 제안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시걸 국장은 말했다. 시걸 국장은 이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현실주의 때문”이라면서 “북한과는 전쟁은 물론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북핵을 폐기하려면 교섭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화로 변한 것은 키신저 전 장관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잡지는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할 것이라는 방침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라이스 장관은 일본도 북한과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교섭에 응할 것”이라는 미 의회의 대북 결의에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시대인 1971년 중국을 극비 방문해 이듬해 2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잡지는 전했다. 중앙공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제3국 간의 일을 우리 정부가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