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에 관한 통렬한 외침 코스모스펀드 09-24 07:24
[미디어오늘 2007-09-24 00:00:08] [미디어오늘] 신정아씨 알몸 사진을 신문에 게재한 <문화일보>의 주역들에게 바로 이 영화 <다이하드>를 보라고 적극(!) 권해주고 싶다. 왜 뜬금없이 <다이하드>냐고? 그건 본인들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알게 되겠지만, 당초에 목록에도 없었던 <다이하드>를 이번 주 ‘영화읽기’의 글감으로 일부러 고른 만큼 기왕에 인심 쓰는 거 이 자리에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아주‘알기 쉽게’설명해 드리겠다. 인질 수십 명이 테러범들에 사로잡혀 고층건물 안에 갇힌다. 철저하게 외부와 고립된 건물 안에서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 형사 혼자 죽기 살기로 적들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한 경찰 기자가 맥클레인의 집 주소를 알아낸다. 그리고는 막무가내 집으로 찾아가 맥클레인의 어린 자녀들과 인터뷰를 하겠다며 보모를 을러댄다. 안 해주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는 은근한 협박과 함께. 결국“집으로 돌아오세요”하는 겁에 질린 아이들의 인터뷰가 TV에 그대로 방송되고, 이 장면 때문에 아이들과 부모는 동시에 위험에 빠진다. 이 특종에 눈먼 생각 없는 기자는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 엄마한테 ‘펀치’ 한 방 세게 맞고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속편에서는 때린 맥클레인의 부인과 맞은 기자가 공교롭게도 한 비행기에서 승객으로 다시 만난다. 아직 가슴속에 앙금이 남아 있었던지 기자는 아주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전부 ‘알 권리’가 있어요.” 그래, 알 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다. 이쯤 되면 <문화일보>의 주역들도 눈치 채셨을 게다. 그들이야말로 신문에 신씨의 알몸 사진을 떡하니 실어 놓고는 ‘독자의 알 권리’ 운운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알몸 사진은 정말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걸까? <문화일보>의 주역들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른 척 그냥 그렇게 우기고 싶은 걸까? 세상 참 좋아졌다. ‘알 권리’를 이렇게 멋대로 가져다 써먹어도 좋을 만큼 폭넓은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신문은 지난해 이맘때 연재소설‘강안남자’의 선정성이 문제됐을 때도 비슷한 논리를 들이댔다. ‘표현의 자유’라고. 물론 <문화일보>가 말하는 알 권리며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처럼 소중한 민주적 가치를 담고 있는 말들을 이현령비현령 하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가져다 붙이고 훼손시키는 특기를 가진 <문화일보>에 이렇게 묻고 싶다. 도대체 그 말뜻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겁니까? <문화일보>의 그 주역들이 이 글을 읽지도, 영화를 직접 볼 것 같지도 않으니, 영화 속에서 ‘알 권리’를 떠드는 기자를 향해 맥클레인 부인이 해주신 ‘말씀’을 대신 전해드리도록 하겠다. “당신은 내 아이들을 실없이 위험에 빠뜨렸어요. 당신이 권리를 주장할 땐 남용할 때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