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의 美 경제 붕괴로 가는 12단계 박재균 03-18 15:30
삼성증권의 증시전망에서 퍼왔습니다. 보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루비니 교수의 美 경제 붕괴로 가는 12단계 “일각이여삼추 (一角以如三秋)”라는 말이 있다. 15분이 마치 3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비유되곤 한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24시간이 얼마나 숨가쁘게 돌아가는지... 국내 증시가 문을 닫아도 다른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지 한시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 특히, 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험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준의 몸부림이 오늘 밤도 엎치락뒤치락 우리를 잠 못 들게 할 것만 같다. 미국의 금융 및 실물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다 보니, 비관론자의 예측에 투자자들이 더 귀를 기 울이게 된다. 지난 2006년 7월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해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 진 뉴욕 大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미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붕괴로 가는 12단계를 역설해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논란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금융손실을 입히고, 확대된 금융 손실이 다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은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섬뜩한 그의 시나리오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루비니 교수가 제시한 12단계의 수순은 아래와 같다. 구분 예상 시나리오 (실제 진행상황) 1단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주택시장 침체 (기존주택가격 고점대비 12.6% 하락) 2단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확대 (골드만삭스 4,000억 달러 손실 추정) 3단계 신용카드, 자동차할부 등 소비자 신용 부실 (소비자 신용까지 부실 전염) 4단계 AAA’ 등급 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하향 (MBIA, 암박 등 대형사만 ‘AAA’ 유지) 5단계 상업용 부동산시장 붕괴 (상업용 부동산은 아직 붕괴되지 않음) 6단계 대형 지역 또는 전국적인 은행 파산 (씨티그룹, 워싱턴뮤추얼 등 손실 상각) 7단계 무모한 차입매수(LBO)로 인해 큰 손실 (골드만삭스 보유 LBO 상각 전망) 8단계 기업의 연쇄부도 및 CDS 손실 증가 (일부 금융회사만 부도 위험에 처했을 뿐, 일반 제조업으로 확산되지 않음) 9단계 그림자 금융시스템 (shadow financial system)붕괴 (헤지펀드, 구조화투자회사(SIVs) 등 새로운 유동성 창출의 어려움 직면) 10단계 주가의 급락이 마진콜과 공매도 등으로 연결,추가 매물 출회 (손버그, 칼라일 캐피탈 등이 마진콜(증거금 납입요구)을 받아 부도 위험) 11단계 지불능력 우려가 고조되어 은행간, 단기자금 시장 포함 금융시장 유동성 고갈 (미 연준 TAF, TSLF 방식 등으로 단기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12단계 손실, 자본잠식, 신용수축, 강제청산, 가격 이하로의 자산헐값매각의 악순환 (미 연준 베어스턴스의 JP모건체이스로 매각 결정 승인) 1단계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미 경제 및 금융 상황의 악화는 4단계 채권보증업체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MBIA, 암박 같은 1, 2위 업체는 명목상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었다. 5단계인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붕괴, 6단계 대형 은행의 파산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는데, 씨티그룹 등은 이미 대규모 손실을 상각한 상태이다. 7단계 무모한 차입매수로 인한 손실은 최근 골드만삭스의 LBO 손실 상각 전망 등으로 가시화 되었고, 8단계 기업의 연쇄 부도 및 CDS 손실 증가는 아직 일부 금융회사에만 해당될 뿐 전체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았다. 한편, 9단계 구조화상품으로 재생산된 유동성 팽창은 지금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고, 10단계 마진콜 및 공매도에 따른 주가의 추가 급락은 최근 손버그, 칼라일캐피탈 등의 사태로 투자자들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다. 11단계 금융회사의 지급불능 사태를 막기 위해 연준은 2007년 12월 TAF(Term Auction Facility), 2008년 3월 TSLF(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 방식 등을 차례로 도입해 단기 금융시장에 최대 4,000억 달러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고, 담보물로 우량 모기지 증권까지 인정했다. 그리고 마지막 12단계인 강제 청산 및 자산의 헐값 매각 악순환을 조기에 차단하고자 3월 17일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 총 2억 3,620달러에 JP모건체이스로 매각하는 데 승인 하기에 이른다. 결국, 루비니 교수가 말한 12단계가 지금 그대로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0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유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 11~12단계는 사태가 본격적으로 비화되었다기 보다 연준이 이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연준은 17일 재할인율을 3.50%에서 3.25%로 낮췄고, 18일 FOMC 회의에서는 연방금리를 3.00%에서 2.00~2.25%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시장에는 연방금리를 125bp 내려 1.75%까지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미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어느 회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말만 나와도 그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실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연준은 긴급 자금 수혈이나 금리 인하 같은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모기지 담보증권 매입 및 직접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루비니 교수는 상기한 시나리오가 6분기 동안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은 붕괴에 다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암울한 예상이 마지막 결말만이라도 적중하기 않기 위해서는 연준이 조기에 강도 높은 정책을 구사해야 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동참 등의 지 원사격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과거 89년 저축대부조합 당시 공적자금 투입이 너무 늦었던 점, 78년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기준금리를 19%까지 올렸던 과오를 연준이 다시 밟지 않으리라 기대해 본다. 암중모색(暗中摸索): 마지막 고통이 가장 크지만… 상기한 미국의 신용 경색 및 경기 침체 우려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이상 급등 현상도 국내 주식시장을 억누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3월 17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1.90 원 상승한 1,029.20원을 기록했는데, 엔/달러 환율은 100엔 아래로 떨어져 97.21엔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원/100엔 환율은 1058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산출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더 약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 요인은 1) 우리 나라가 작년 12월 이후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점, 2)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보유 자산을 매도한 점, 3)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달러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점, 4) 한국은행이 보유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놓는 등의 직접 개입을 늦추고 있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역(逆) 주행은 득(得) 보다는 실(失)이 많아 보인다. 원/엔 환율의 개선으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IT,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에는 제품단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으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와중에 원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원가 측면에서는 부담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나라의 경제를 투영한 것이 통화 가치임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주식시장에도 펀더멘탈의 부진을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어 부정적 이다. 그렇다면 17일 장중 1537.53pt까지 물러 났던 KOSPI가 얼마나 더 자리를 내 줄 수 있을까? 글 로벌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상승 트렌드를 그렸던 2003년 이후 KOSPI의 평균 P/B는 1.5배였 다. 당사의 2008년 예상 순자산가치를 대입한 P/B 1.5배는 KOSPI 1500선 수준인데, 주가가 그 이하로 하락하는 것은 2003년 이후 전개된 우리 증시의 재평가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기술적 분석 상으로도 KOSPI가 20일 이동평균선과 큰 격차를 보이며 떨어졌을 때 주가 가 저점을 형성하곤 했는데, 이 같은 이격도 90%를 현 지수에 적용하면 역시 1500선 부근이 된다. 마지막 고통의 아픔과 투매에 따른 저점 형성 과정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뒤로 크게 물러서는 것은 오버슈팅으로 판단되며, 투자전략에 있어서도 주식을 팔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