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주식 차명관리 확인 “전·현임원 11명 2조어치 보유” 코스모스펀드 03-24 08:10
[경향신문 2008-03-24 03:45:08] ㆍ임원 관리 지분 ‘0.47%×α’ 배수 규칙성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중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이 전·현직 임원 11명 명의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 관계자는 23일 “전·현 임원 12명 가운데 고인이 된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을 제외한 개인주주 11명이 갖고 있는 지분 328만4800주(16.23%)는 이 회장의 차명 주식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임박=차명 보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관련자들은 사법처리를 면키 어렵게 됐다. 차명 주식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주당 70만원으로 총 2조17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회장이 상속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 지분을 임원들 명의로 나눠 차명 보유했을 경우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 역할을 하는 회사이자 이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에버랜드와 함께 핵심 역할을 한 회사이다. 이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한 목적으로 핵심회사 지분을 차명주식 형태로 보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대주주의 지분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함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만3600주 배수 ‘이상한 규칙’=삼성 비자금 ‘저수지’로 주목받고 있는 삼성생명 차명주식 보유 의혹의 비밀이 풀렸다. 삼성생명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주요 개인주주들의 보유주식 수는 1인당 9만3600~74만8800주로 다양하다. 주식 숫자 사이에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9만3600주(0.47%)를 ‘1개 기준단위’로 놓고 보면 지분율은 일정한 배수를 이룬다. 이학수 부회장과 이용순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정확하게 1단위 지분을 갖고 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과 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김헌출 삼성생명 전 사장의 보유지분 28만800주는 정확하게 3단위에 해당한다. 강진구 전 삼성전기 회장은 6단위(56만1600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8단위(74만8800주)를 갖고 있다. 지분은 왜 10만주나 5만주가 아닌 9만3600주로 정해졌을까. 삼성생명은 99년 9월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기 위해 128만주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직전 삼성생명의 발행주식 총수는 1872만주였다. 총 주식수를 0.5%로 배분하면 정확하게 9만3600주로 떨어진다. 유상증자로 지분이 0.03% 줄었을 뿐 차명주주들의 지분은 원래 0.5% 단위로 관리돼 왔음을 보여준다. 차명주주들의 지분이 10년 동안 한 주의 변동없이 그대로 유지돼 왔다는 점도 조직적인 관리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교수는 “개인투자자 지분이라면 이 같은 일정한 배율의 지분 구조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삼성이 60년대 인수한 동방생명의 주식을 이병철 회장 사후 임직원들의 명의로 위장 관리해왔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