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죽어도 할 수 없는 진실게임 torreypine 04-08 06:58
써프라이즈에서 옮김 번호 74544 글쓴이 torreypine (torreypines) 조회 2305 누리 588 (588/0) 등록일 2008-4-7 09:52 대문 36 추천 2 삼성 특검이 홍라희에 이어 이건희까지 소환하는 마지막 수순을 밟고 끝내기에 들어갔다. 특검과 이건희는 대충 어떻게 마무리할 건지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삼성 특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이슈가 세 가지 있다. 특검 시작한 지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을 위해…그 세 가지는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그리고 정관계 불법 로비 등이다.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는지 하나씩 보자. 쉬운 것부터 먼저 보면… 첫째, 정관계 불법 로비. 이건희의 개입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관련자의 사법처리 자체가 어렵단다. 삼성의 경우엔 뇌물죄를 입증하려면 떡을 주고받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 만 원짜리 일련번호까지 있어야 하는 게 법이다. 그리고 몇 명 희생양을 만들고 끝낼 수 있으면 해볼 만한데, 몇 명으로 끝낼 수 없으니 못한다. 현 정부에 너무 부담이 크다. 처음부터 싹을 자르는 수밖에는 없다. 둘째, 불법 경영권 승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의 책임자로 유석렬을 계획을 기안한 죄, 이학수를 승인한 죄로 기소한단다. 거기서 꼬리를 자르고 끝내려나 했더니 이건희가 인수 과정을 사전에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계획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아마도 불구속 입건 정도로 합의 본 거 아닌가 싶다. 재판에선 최고 집행유예 정도.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할 국정 파트너인데 더 이상은 곤란하다. 끝으로 비자금 조성 문제. 천여 개의 차명계좌는 인정했지만 회사에서 만든 비자금이 아니고 전부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했다. 죽은 아버지한테까지 범죄혐의를 덮어씌워서라도 자신은 살아야겠다는 그 사람을 형제들은 어떻게 봤을까? 어쨌든 그 절묘한 해결책으로 형사처벌 없이 세금만 내는 선에서 끝낼 것이라는 게 며칠 전까지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끝내기하는 도중에 갑자기 MBC가 "삼성전자가 임원들 이름의 차명계좌로 지난 2004년 8월 130억 원을 차명계좌로 입금한 것을 특검팀이 찾아냈다."라고 보도를 했다. 보도가 사실이면 차명계좌의 모든 돈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는 그의 주장이 깨진 거고, 관련자가 법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130억밖에는 없겠냐 하는 의구심도 확산될 수 있다. 정말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걸까? 아니면 수 읽기를 통한 계산된 끝내기인가? 물론 후자다. 국민이 어느 정도면 수긍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계산을 했다. 그리고 비자금도 없고 로비도 없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정도 가지고는 이 사태를 수습할 수는 없다는 판단했다. 수조 원대의 의혹으로 시작된 비자금을 130억으로 막으면 선방 정도가 아니다. 130억을 조성한 거지 사용했다고 하지 않으면 정치적인 부담도 적다. 자신이 직접 지시해서 조성한 게 아니라고 하면, 대신 나서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큰 부담 없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그런데 그렇게 계산대로 잘 될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드리느냐에 달렸다. 물론 필자는 못 받아드리겠으니 이 글을 쓴다. 김용철 변호사가 고발한 조 단위의 비자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국민이 꽤 있을 것이다. 맞다. 총 들이대며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게 수천억이라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한 회사에서 수조는 쉽게 믿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김용철 변호사가 처음 비자금을 고발하면서 주요 조성 방법으로 해외법인을 통한 방법을 적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비자금 조성에 있어서 제일 클래식한 방법이 무엇인가? 물품대금 부풀려 회삿돈 빼내서 다른 주머니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장부가 투명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통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그랬다. 이건희의 비자금이 주로 국내에서 그런 방법을 통해 조성됐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삼성 전자의 일 년 투자액이 7조 원이다. 이 중 70%는 고가의 장비를 해외에서 구입하는데 쓰인다. 다시 말해서 5조 원의 장비를 주로 미국, 일본, 유럽에서 수입한다. 비자금을 만들려면 이런 노다지가 없다. 그런데 그 노다지는 그냥 캘 수가 없다. 상대 회사들이 장부를 조작할 수 없는 투명한 사회의 룰을 지키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못하면 의지의 한국인이 아니다. 중간에 하나를 끼우면 된다. 이래서 등장하는 회사가 삼성물산이다. 즉 삼성물산의 현지법인이 해외의 장비업체로부터 현지 구입해서 한국의 삼성전자에 되팔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면, 삼성물산의 현지법인이 100원 주고 장비를 사서 삼성전자에 107원에 판다. 삼성전자에서 받는 진짜 수수료는 2원, 그러니까 실제로는 102원에 팔면 되는데 명목도 없이 5원을 추가해 107원에 파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클래식한 비자금 조성방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그게 100원이니까 5원이지, 1년 거래액이 5조 원이면 2,500억 원이다. 그 거를 몇십 년 해봐라. 얼마가 되나. 물론 20년 30년 전엔 지금에 비해 돈의 단위가 많이 작았다. 그렇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얘기한 조 단위의 비자금이 가능한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거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본관, 이건희 집…이런 데 백번 압수수색해도 안 나온다. 삼성전자의 국내 장부에 있는 구입액과 삼성물산 해외법인 장부에 있는 업체로부터의 구입액을 맞춰봐야 한다. 차액이 수수료인데 1% - 2%를 넘으면 뭔가 있는 거다. 그 차액이 어디로 유출됐는지 자금 추적을 해보면 되는 일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거짓말한 거 아니면 비정상적인 수수료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 단위의 비자금을 확인할 수 있는 진실게임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진실게임이다. 조 단위의 비자금의 조성방법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건희 부자는 아웃이다. 영원히 아웃! 그러니 죽어도 못할 진실게임이다. 이럴 때 쓰자고 뿌린 떡값이 얼마인데 그 진실게임을 하겠는가.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가 뭐 중요한가. 억지로라도 국민을 수긍시키고 끝내면 될 일인데. 그러나 특검은 이 진실게임을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검은 이것도 안 까보고 수사했다는 말은 하지 마라.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로 봐서는 특검이 이건희에게 면죄부뿐 아니고 돈세탁까지 해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생겼다. 이건희로서는 기왕에 터진 거 불구속에 집행유예로 때우는 대가로, 몇 년째 끌어 오던 에버랜드 문제도 해결하고, 지하에 있던 비자금도 세금만 내면 당당히 내 돈이라고 하게 생겼는데 김용철 변호사에게 섭섭지 않게 사례를 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