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이건희 은닉 주식 저수지였다 코스모스펀드 04-08 13:59
조준웅 특검팀은 전.현직 임원 11명이 가진 삼성생명 주식의 실소유자가 이건희 회장이라고 밝혔다. 1998년에도 이 회장과 에버랜드는 임원 35명 명의의 차명 주식을 9000원에 사들였다. 시사IN[29호] 2008년 03월 31일 (월) 16:56:03 장영희 전문기자 cool@sisain.co.kr ⓒ시사IN 윤무영 삼성 특검에 소환된 ‘후계자’ 이재용 전무. <재벌의 소유 구조> <5대 재벌 백서> <한국의 재벌> 저자로 유명한 김진방 교수(인하대·경제학)의 진가가 요즘 새삼 빛난다. 그는 2000년께부터 삼성그룹 소유 구조를 연구하면서 특히 삼성생명의 숨겨진 주식을 찾는 데 골몰해왔는데, 최근 삼성특검팀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조준웅 특검팀은 3월23일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 12명 가운데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이건희 회장 매부)을 뺀 개인주주 11명이 보유한 삼성생명 328만4800주(16.23%)의 실소유자가 이건희 회장이라고 밝혔다. 2006년 고 이종기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이종기 명의 지분 4.68%(93만6000주)가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탁되었는데, 이 지분도 실소유주는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그동안 적어도 20.91%의 삼성생명 지분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은닉해온 것이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상속받을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 10%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임원 명의로 숨겨온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때 서류상 사라졌다가 2007년 9월30일 현재 개인주주로 다시 등장한 홍종만 전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과 이형도 전 삼성전기 사장 보유 지분이 차명 주식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이들 외에도 1~3명이 1%대 지분을 더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지분 규모의 ‘규칙성’도 흥미롭다. 주요 개인주주의 보유 주식은 1인당 9만3600주(0.47%)에서 74만8800주(3.74%)로 다양하다. 가장 적은 이학수 부회장 지분 0.47%를 1단위로 보면 가장 많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지분은 8이다(이종기 전 회장은 10). ‘0.47%×α배수’라는 규칙성은 강진구 전 삼성전기 회장(6),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3) 등에게서도 어김없이 확인된다. 1994년 1월 당시 전·현직 임원 명의의 삼성생명 지분은 무려 59.0%(1104만 주)에 달했다. 삼성생명에서 지분 내역이 크게 변동한 것은 1998년 12월3일. 이날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을 각각 299만 주, 344만 주를 주당 9000원에 사들였다(7개월 뒤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용도로 350만 주를 출연할 때는 70만원 적용). 이에 따라 지분율은 이 회장이 10%에서 26%로, 에버랜드는 2.25%(1996년 중 취득 추정)에서 20.67%로 치솟았다. 그 하루 전인 12월2일까지 주주 명부에 이름을 내걸었던 전·현직 임원 35명이 돌연 증발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지분변동 사실을 허위 보고해 묻히는 듯했던 이 거래는 1999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환기되었지만 결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생명에 단순경고 조처를 내렸을 뿐이다. 임원 명의 차명 주식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배구조 유지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듯 삼성으로서는 정부가 정면 태클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을 것이다. 이 거래는 단순히 삼성생명 주식을 얼마 더 갖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지배구조를 만드는 대역사였기 때문이다. 전략기획실은 삼성생명 거래에 앞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물량 대부분을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이재용 전무가 인수하게 해 그를 에버랜드 최대 주주로 올렸다. 결국 두 차례 거래를 통해 ‘이재용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되었다. 김 교수가 삼성그룹 경영권 세습 의혹에서 에버랜드 건보다 삼성생명 차명 주식 건이 훨씬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권력구도가 얽힌 데다가 불법 관련 자금 규모가 에버랜드 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당시 거래 물량은 643만 주로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면 4조5000억원어치나 된다. 차명임을 시인했으니 이 회장은 16.23%의 지분을 실명 전환할 터. 이 과정에는 두 가지 관찰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과세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이다. 현재 조세전문가 사이에서는 과세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조세 시효를 어디서부터 따질지, 조세 포탈의 고의성을 어떻게 입증할지 따위의 변수가 많은 데다 사안 자체가 워낙 복잡해 섣불리 결론낼 수 없다. 특검이 법리 적용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희생자야 나오겠지만, 이번 삼성특검이 삼성 처지에서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는 추측이 나도는 것은 지배구조 관련 대목이다. 실명 전환으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1대 주주가 되면, 2대 주주로 밀려낸 삼성에버랜드가 좀더 안전지대로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 금융지주회사법 저촉 여부를 둘러싸고 전전긍긍해온 상황을 일거에 타개할 수 있다. 물론 실명 전환 주식을 이 회장이 언제까지 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종국에는 아들이나 에버랜드, 아니면 공익재단 등에 넘겨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이 회장 일가는 적어도 시간은 많이 번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과연 법률에서 어떻게 수정할지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