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다녀오는 길 현우아범 04-15 13:30
부모님께서 19개월인 둘째 딸아이를 맡아서 키워주시고 계시기에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고향인 원주로 향합니다. 올해가 환갑이신 어머님과 칠순이 다 되어가신 아버님께서는 올해로 36개월인 저희 큰 아들놈도 키워주셨습니다. 큰놈은 이제 서울에서 저희랑 함께 생활하고 있구요. 7남매, 8남매의 맏이신 두분께서는 참 고생많으셨습니다. 원주 산골에서 농사지으시면서 동생들 가르쳐서 출가시켜주셨고 저희 삼남매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키시느라 지독히도 일을 많이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농사가 변변치 못하시니 아직까지도 아파트 경비를 본업삼아 부업삼아 일하고 계십니다. 칠칠맞은 저희 삼남매는 아직 제대로 그 은공에 보답을 못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이제 시골은 본격적으로 농사철이라서 지난 주말에는 비가 오는 중에도 밭일, 논일 이것 저것 일손을 보태고 왔습니다. 서울 돌아오는 길에 둘째 딸아이 데리고 농사일 하실 부모님 생각하면 참 맘이 무겁습니다. 그렇게나마 조금이라도 일손을 보탰다고 생각하면 맘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참 이기적입니다. 특히 어머님께서는 정말 일꾼이십니다. 작은 체구시지만 남자보다 더 요량이 있으시고, 일 욕심이 있으셔서 저희 자식들 한참 공부시킬때는 밤 12시에도 보름달을 불빛삼아 일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몇해전에는 소를 키우시다가 다치셔서 제가 우겨서 소들을 다 처분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 일을 하면서 어머님께서는 예전까지 않으시더군요. 내가 한고랑 나갈때 두세고랑 나가시던 분인데 이제는 조금 하시다가 쉬고, 조금 하시다가 쉬고... 그런 어머님이 안쓰러워서 어머님 분량을 조금 줄여들일 요량에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만 또 그게 안쓰러우신 어머님께서는 잠깐의 휴식을 다시 접고 일을 하십니다. 저는 집안의 맏이입니다. 장손이기도 하구요. 낼 모레면 마흔인 제가 부모님께 해드린 효도라구는 손자, 손녀 나아드린 것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손자, 손녀 마저도 힘드신 몸으로 키워주시느라 기쁨만 기드리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하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한지가 20년째가 되어 갑니다. 자식 낳고 부모님께서 맡기기 시작한 이후에야 뷰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건강도 살피고 맛난것도 가끔 사드리고 하는것 같습니다. 그것도 제자식 맡겨놓았으니 그리 열심히 달려가는 거겠지요. 이런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제 모습을 이곳에 남기는건 그래도 제가 아는 분들중 가장 편안하고 제 인생을 가장 많이 뒤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선생님들께서는 이런 하소연도 넉넉한 마음으로 들어주실 분들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도움 안되는 긴글 읽어주셨다면 진실로 죄송하고 부끄럽고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계신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가족 분들 모두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원주까지는 매번 국도로 다닌답니다. 고속도로가 시간은 빠른데.. 주변 경치가 심심하지도 않거니와 사시사철 변화하는 풍경이 있어서 그 길만 지나와도 훌륭한 관광지를 둘러본 것보다 더욱 느낌이 좋고 훌륭하답니다.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만드는 길이구요... 문막을 지나 여주를 거쳐 양평을 거치면서 제가 좋아하는 두물머리 표지판이 보입니다. 강의 물과 주변 산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때쯤이면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한 선생님이 떠오릅니다.(물론 그분은 저를 전혀 모르십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인생을 배우게 해 주시는 선생님이십니다. 세상에는 참 고마운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안한 사람도 많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그분들께 언제 다 보답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