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긴축 정책에 올해 대중 무역흑자 처음 감소 코스모스 09-19 21:40
JERIReport] 수출 전선 `차이나 쇼크` 대비해야 [중앙일보] 차이나 무역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없이 불어날 것 같았던 대(對)중국 무역 흑자가 올 상반기에 첫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자 최대 무역 흑자국이다. 일각에선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1~2012년께엔 대중국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움츠러든 내수 대신 수출로 어렵사리 버텨오던 한국 경제가 기댈 곳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흑자 감소세=한.중 수교 이래 국내 수출 기업들에 중국은 '희망봉'과 다름없었다. 수교 첫해인 1992년 12억2000만 달러로 출발한 무역 흑자는 꾸준히 불어나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에도 54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런 흑자 랠리는 2000년 들어 더욱 가속페달을 밟았다. 2002년엔 전년의 두 배를 웃도는 132억 달러, 2003년엔 201억 달러, 지난해엔 232억7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에서 거둔 무역 수지 흑자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빚어지는 만성적인 대규모 적자를 만회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무역 흑자 기조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집적회로.철강 등 주력 제품 수출이 큰 폭으로 뒷걸음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양상은 올 들어 더욱 심화됐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올 1~7월 수출 1위 품목(물량 기준)인 집적회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줄어든 31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철강과 컴퓨터 및 자동처리기기, 석유화학 제품 역시 2.8~29.7%까지 뒷걸음쳤다. 이로 인해 1~7월 대중국 무역 흑자는 120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액(125억2000만 달러)보다 4억6000만 달러 준 것이다. 흑자 감소 폭 이상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량도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10.8%에 그친 반면, 수입 증가율은 19.3%로 크게 웃돌았다. ◆뭐가 문제인가=국내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81%(2006년 상반기 기준)는 부품과 원자재다. 중국 정부가 중국 전역을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만큼 제조 부문 확충과 수출에 전력을 쏟은 결과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철강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중국 진출도 대 중국 수출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현지 생산기지에서 가져다 쓰는 중간재 수출 물량이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2005년 들어 중국이 경기 과열 진정 명목으로 투자 억제 등 긴축의 고삐를 당기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무역연구소 양평석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한국산 등 수입 중간재 등에 적용해온 부과세 환급을 크게 줄이고 관세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등 외국산 중간재 수입을 적극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느새 반보 차로 좁혀진 두 나라 간 기술 격차도 대중국 수출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한국 IT기술을 위협하는 중국)를 통해 이를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2003년만 해도 2.6년가량 벌어져 있던 두 나라 간 IT 기술 격차는 지난 8월 현재 1.7년으로 확 줄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7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국 IT 수출은 지난해보다 7.4% 느는 데 그쳤다. 올해 IT 수출 증가율은 2002년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 수대로 주저앉을 공산이 크다. 특히 주력품인 반도체의 수출 둔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7%의 증가세를 보였던 반도체는 올 1~7월 4.5%로 급감했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역시 증가율이 4.6%까지 추락했다. ◆해법은 없나=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품 교역을 통해선 더 이상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 말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의 중국계 주시쿤 애널리스트는 "급속히 커지고 있는 중국의 금융과 서비스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해 말쯤 중국 금융 시장이 사실상 완전 개방되는데다 문화적.지리적 이점 덕에 국내 금융사들이 영.미 계열의 다국적 금융사보다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내수 시장을 키우는데 정성을 쏟고 있어 진출 환경도 어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올 들어 농업세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도 삶의 질을 올려 내수를 띄우려는 방안의 하나다. 이런 노력 덕에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의 내수판매 증가율은 평균 13%를 웃돌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앞질렀다. 중국의 GDP는 1분기 10.3%, 2분기엔 11.3% 각각 성장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한국 기업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냉랭한 시각이다. 주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북경청년보 조사 결과 중국 진출 외국기업 중 한국 기업의 이직률이 1위를 차지할 만큼 현지 적응력과 현지 소비자 공략이 서투르다"며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기업 이미지와 마케팅을 펼치는 노력이 중국 내수시장 공략 성공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재용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