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기업 사장에 민간 CEO ‘낙하산’ 코스모스펀드 09-18 17:54
뉴스메이커 기사전송 2008-09-18 17:41 | 최종수정 2008-09-18 17:41 ‘비즈니스 프렌들리’입맛에 맞아… 수익성만 앞세우면 공공성 잃을 수도 정부가 민간 CEO 출신을 공기업 사장으로 발탁하면서 방만한 공기업 경영에 혁신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공공부문마저 경쟁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MB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가 막바지 단계다. 선진화라고는 표현하지만 그 핵심은 유사 기능 통폐합 외에 민간 기업에 매각, 민간 위탁 경영, 민간기업 출신 영입 등 주로 ‘민영화’에 있다. 전체 305개 공공기관 중 200여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장 공모의 마지막 장은 민간기업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당초 “금융 공기업 인사에서 되도록 관료 출신을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를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가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정치권 출신을 발탁하면서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일자 뒤늦게나마 순수 민간인을 영입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임사장들 “공기업 이미지 탈피” 강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전력 사장에 김쌍수 전 LG전자 고문이 취임한 것이다. 대대로 주무부처 관료의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었던 데 비하면 다소 놀랍다는 게 안팎의 분석. 한전뿐 아니라 에너지, 금융, 건설 관련 대형 공기업에서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진출이 눈에 띈다. 8월 27일 취임한 김쌍수 사장은 한전 사상 첫 민간 CEO 출신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69년 럭키금성(현 LG그룹)에 입사해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LG의 가전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2003년 ‘아시아의 스타’로 선정했다. 석유공사 사장으로는 강영원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임명됐고, 한국도로공사 사장엔 류철호 전 대우건설 부사장 출신이 대우건설에서의 다양한 고속도로 건설 경험에 힘입어 선임됐다. 지역난방공사엔 현대건설 발전사업부문장과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본부 전무, GS건설 고문을 지낸 정승일 사장이 취임했고, 지난 6월 취임한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금융전문가다. 이 밖에도 증권예탁결제원 원장에 이수화 한국시티은행 부원장이,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진영욱 전 한화증권 사장이 취임했고, 인천공항공사 사장엔 삼성물산 출신인 이채욱 GE헬스케어 아시아성장시장 총괄사장이 내정됐다. 현재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마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두고서도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사장들의 취임 일성은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겠다”는 것이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민간기업에서는 보편화된 현장경영·속도경영을 강조하며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비즈니스 본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취임 일성도 “회사를 열 판매 중심의 지역난방 사업 중심에서 경쟁력 있고 업그레이드된 ‘종합에너지사’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취임 직후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민영화 계획을 설명하고 미국의 증권회사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민간 분야에서의 화려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선임에 대한 논란이 많다.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취임하기보다는 MB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입맛에 맞는 인물이라는 게 그 근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 “누구에게 주려고 미리 마음먹고, 공모는 형식적으로만 하는 방식이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에 이어 이번 민간기업 출신 사장들의 면면도 ‘미리 마음먹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 예로 한전의 김쌍수 사장이 한 차례 불발된 이후 두 번째 공모에 지원하자 사실상 차기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와 같은 ‘거물’이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움직일 리가 없다는 이야기로, 재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에너지 분야에 생소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혁신’ 이미지를 기용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정부는 김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사장 2차 공모가 진행 중인 한국가스공사도 인사 과정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5월 시작한 1차 사장 공모에 이어 2차 공모까지 무려 넉 달을 끌어 온 공모 끝에 가스공사 사장 후보는 현재 주강수 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과 이승웅 전 삼성물산 상사 대표, 그리고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 3명으로 압축됐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 1차 공모를 통해 추천한 5명의 후보를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모두 거부했고 이에 따라 2차 공모가 이뤄졌는데, 1차 공모에서 탈락한 후보가 2차 공모에서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1차 평가위원들은 대거 물갈이됐다. ‘무늬만 공모’ 내정자는 따로 있어 때문에 실제로는 정부가 추천하는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무늬만 공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내정자가 있는 상태에서 공모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예탁결제원 노조는 지난 7월에 사장으로 선임된 이수화 전 시티은행 부행장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사장 공모 진행 과정은 결국 허울 좋은 법적 절차라는 것이 보은인사와 낙하산을 위한 알량한 쇼에 불과함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도로공사의 류철호 사장도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드를 맞추기 위한 재공모 사태 속출로 공기업들이 사업을 집행하는 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경부의 경우 산하 ‘빅 5’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 석유공사, 코트라, 수출보험공사 모두 사장 공모를 두 번 치렀다. 기술보증기금은 이미 임기가 끝난 한이헌 이사장이 두 달 가까이 업무를 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공기업 CEO와 감사의 경우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 부처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인사·보수 소위원회는 현 정부가 이미 ‘장악’한 상태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기업 사장의 경우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에서 민간 출신 기관장을 수혈해 방만한 조직과 방식을 구조조정하고 경영 효율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공공기관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벌써 한전의 김쌍수 사장은 취임 이후 한국전력 자회사 10개사 사장 중 7개사 사장의 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 중에는 참여정부 시절 대표적인 ‘공기업 경영혁신의 전도사’로 불린 송인회 한국전력기술 사장도 포함됐다. 민간기업 출신 사장들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다. 공무원 사회보다 더한 ‘보수성’과 ‘폐쇄성’, 보통 직장인의 두 배에 달하는 연봉으로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듣는 공기업 내부 조직에 어느 정도 칼을 댈 수 있을 것인지가 그 핵심이다. 기대만큼 성장 이끌지는 미지수 공기업 선진화가 민간기업과 지나친 경쟁, 이윤추구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강하다. 공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민간 기업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간기업 CEO 출신의 공기업 영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경제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실제로 참여정부 주택정책의 핵심 역할을 했던 주택공사의 한 사장은 민간건설사 CEO 출신으로 부임 후 조직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요구한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대신 공공주택의 질을 향상하는 데 추진력을 발휘했다. 이후 그에겐 결국 임대주택정책 실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최근 물러난 이수호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황두열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정부가 의욕을 갖고 민간 출신을 선임한 경우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은 내부 직원들과 마찰 등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황 전 사장은 내부 문제로 회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하는 등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민간기업의 퇴임 CEO가 성격이 전혀 다른 공기업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문제다. 철저한 성과 위주의 민간기업과 정부 정책 수단으로 이용되는 공기업의 회사 분위기가 다른 상황에서 민간 기업 CEO 출신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너와 업무효율 이외에 고려할 게 없는 민간기업 CEO가 정부와 강력한 노조, 정치권과 국민의 정서까지 감안해야 하는 공기업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능력 있는 민간기업 CEO 출신이라는 이유로 발탁했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 때고 정권의 입김에 그 거취가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다.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정권 교체 과정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기업 CEO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라는 분석이다. 민간기업 출신 공기업 신임 사장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1945년 경북 김천 출신, 한양대 기계공학과, LG전자 리빙시스템사업본부장, DA사업본부장, LG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고문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1945년 인천 출신, 한양대 기계공학과, 현대건설 발전사업부문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발전사업팀장, GS건설 발전사업 경영관리 고문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1951년 전남 장흥 출신, 서울대 정치학과, 대우자동차부품 이사부장, 대우인터내셔널 자동차부품본부장 전무이사,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1948년 서울 출신, 서울대 토목공학과,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 대우건설 해외사업담당 부사장, 경수고속도로 대표이사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 1954년 서울 출신, 서강대 경영학과,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장,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회장, 리먼’브라더스증권 서울지점 대표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원장 1954년 대구 출신, 영남대 경영학과, 한미은행 신탁사업본부 부행장, 한국시티은행 기업영업본부 부행장, 용의무의KI Korea 공동대표 진영욱 한국투자공사 사장 1951년 부산 출신, 서울대 경제학과, 16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본부국장, 한화증권 대표이사,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