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 자존심을 접고 전세계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원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참석해 "이것은 금융의 문제만이 아닌 미국인의 생활의 문제이고 이건 또 아이들의 교육의 문제일수도 있다"며 "미국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미국이 모든 조치를 통해서 이 것을 해결하겠지만 여러분도 동참해 같은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함께 참석했다.

G-20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태리,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터키, 호주, 남아공, 사우디, EU의장국 등 전세계 GDP 92%를 차지하는 20국 모임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백악관에서 회의를 갖고 시중은행 다수를 국유화해서 대출 정상화를 추진하고 은행간 대출을 정부가 보증 함으로써 신용경색과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을 공조시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안정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같은 선진국간의 합의에도 불구 미국이 다시 G-20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최근 사태가 선진국만의 공조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는 "G7만 가지고는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금융위기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세계적인 여론"이라며 "선진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신흥시장으로 확산되고 그것이 다시 선진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G-20회의에서는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경제·금융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거시경제정책, 금융 감독 및 관련규제 개선, 유동성 공급,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 소액 예금자보호 등에 있어 각국의 정책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오는 11월 8일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정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진척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선진국 뿐만 아닌 신흥시장국도 푀근 금융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회원국간의 정책공조를 통해 신흥시장국가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강장관은 "선진국간에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왑 대상에 신흥시장국을 포함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자간 협력체제 논의와 관련 "선진국과 신흥시장국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위해 G20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비춰볼때 정부의 시장안정조치는 충분한 규모로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효율적인 감시체제를 확립해 정책수단과 정책수혜자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김정민 기자 jmkim@asia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