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발표한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에서는 ‘남북관계 전면차단’, ‘중대결단’ 등 강력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 매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표현으로, 그만큼 대남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핵문제가 급물살을 타면서 여유를 찾은 북한이 남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길들이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북한은 입장을 내놓은 뒤 기대한 효과가 없으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등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40분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보도하면서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나간다면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가정문의 형태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중대결단’ 등의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또 북한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비핵·개방·3000 대북정책 ▲통일교재·역사교과서 개편 움직임 ▲작전계획 5029 논란 ▲한미 을지포커스렌즈연습(UFL) 등을 들었다.

북한은 그러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라 북남 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면서 의도를 명확히 했다.‘10·4 선언’이라는 표현도 5번이나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패당’, ‘일당’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15차례에 달한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크게 두 가지 배경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지난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로 미국과 통하고 남측은 소외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구사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 차원이다.

이에따라 북한이 지난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삐라 살포를 중단하지 않으면 개성공단, 개성관광 통행 중단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북한이 밝힌 ‘중대결단’이 서해상에서 북한의 도발을 시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핵 6자회담에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남측을 압박하더라도 6자회담 판 자체를 깰 정도의 대남 조치를 취하기에는 북한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