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장지표도 하락세로 돌아서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자 국내 경기의 바로미터로도 불리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내년 3월말에 있는 2008년도 연결결산에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도의 절반 정도로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22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07년도에 2조2천703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금년도에는 1조∼1조2천억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요타는 당초 30% 정도 감소한 1조6천억엔 정도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이후 본격화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고 엔고(高)로 인한 환차손이 불어남에 따라 대폭적인 감익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올해 세계시장 판매 대수가 구미 시장의 침체로 10년만에 전년 실적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요타는 모기업 기준으로 올해 850만대를 계획했으나 835만대에 그쳐 작년 실적(843만대)에도 2% 정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또 미국 달러에 대해 엔화가 1엔 오를 때마다 약 400억엔, 유로화에 대해서는 1유로당 60억엔의 환차손을 입게 된다. 도요타는 지난 2002년 결산에서 영업이익 1조1천234억엔으로 사상 처음 1조엔대를 돌파했으나 다시 7년 전의 수준으로 후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2대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도 대형승용차를 생산하는 국내 2개 공장에서 다음달부터 20-30% 생산을 줄이기로 하는 등 주력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피낸셜그룹도 금년 9월의 연도 중간결산 실적을 전년도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낮추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는 당초에는 5% 정도의 증익을 내다봤으나 경기악화로 부실채권 처리 손실이 늘어나고 주가 폭락에 따른 감손처리 등으로 연결 순이익이 1천억엔 전후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내년 3월의 연도말 결산 전망치도 하향 수정할 방침이다.

미즈호피낸셜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피낸셜그룹 등 다른 주요 은행그룹도 9월의 중간결산 실적을 낮추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신일본제철과 JFE스틸 등 철강업체들은 3년만에 감산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일본의 조강생산은 그동안 중국 등 신흥국 대상의 수출에 힘입어 호황을 구가해 왔으나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설용과 함께 자동차용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수%의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월례 경제동향보고에서 11개 항목 가운데 생산·소비·수출·고용 등 6개 항목의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으며 일본은행도 10년만에 경기후퇴가 시작되고 각종 성장지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일본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