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런 말을 했더랬다. "성공이란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만수는 명박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마찬가지로 명박은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순환고리 속에서 살아가는 게 세상 사는 이유라면 한 번쯤은 그 고리 밖으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닐 거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에 갑자기 혜성같이 떠오르는 단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솔직히 난 이 단어를 어제 처음 접했다. 내가 문과를 졸업한 게 아니고, 이과 출신이라서 다소 생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열심히 찾아봤다.

리디노미네이션이 뭐냐? 그것은 화폐의 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이승만이 독재하던 1953년에 100원을 1환으로, 박정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하던 1962년에 10환을 1원으로 바꾼 일이 있었다. 20004년에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안이 논의되기는 했는데, 이번에 또 그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을 때에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이라고 불렀는데, '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자체를 말하는 것이므로 지금에 와서는 '다시 화폐의 단위를 명명한다'는 뜻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단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최근에 '디노미네이션'인지 '리디노미네이션'인지 요상스런 괴물딱지를 사용한 나라를 살펴보니 정말 가관이더라. 2005년에 터키는 100만 터키 리라를 1 터키 리라로 바꾸었고, 2008년 7월 31일에 짐바브웨는 100억 짐바브웨 달러를 1 짐바브웨 달러로 바꾸었다고. 화폐의 가치를 축소시킨 만큼 서민의 고통도 축소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가 되겠다. 어쩌면 반비례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진짜 문제일지도...

아무튼 딴나라당의 정책위의장이 한국도 이렇게 해보자고 미끼를 던지니까, 만수 아저씨가 "연구해 보겠다"고 그랬단다. 그 나이에 연구는 무슨? 이미 로드맵까지 다 짜여져 있겠지. 시중에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또한 주가와 부동산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거품이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눈물겨운 행동을 이제 실천하려고 한다는 선언을 살짝 흘려본 건데, 다른 건 접어두고라도 딴나라당 수뇌부의 생각에도 우리나라의 꼬라지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수준이라는 것을 이실직고한 것에 다름아니다.

계속 진행중인 디플레이션이 언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다소간이 시기가 조정될 수는 있을 거다. 그런데 '리디노미네이션'이라고? 이건 디플레이션도 견디지 못해서 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가자는 최악의 몸부림이고, 그만큼 '가짜 부유층'이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L자형이냐 V자형이냐 이런 문제로 왈가왈부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리디노미네이션이라는 괴물이 한반도를 설치게 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환율은 이제 폭등하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닥치고 외환'이 최선의 대비책이 될 것임은 자명해진다. 막차를 놓친 분은 전세버스라도 빌려서 타야할지 모르겠다.

사느냐 죽느냐를 직접 체험하는 이른바 '서바이벌'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길게 울려 바람을 타고 구름을 타고 계곡을 타고 멀리 멀리 아주 멀리 퍼져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맨몸뚱이의 서민이 굶주린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정글 한 가운데에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이제 준비한 자는 살아남고 준비하지 못한 자는 처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살고 죽는 게 다 운명이라 믿으면 그 믿음대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살기 위한 노력을 죽어라고 해야 할 것이고, 다 귀찮다고 포기하면 호랑이의 배를 채워주는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될 것이고. 이 글을 읽는 분은 살아남을 준비를 잘 하셨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