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에 대한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불과 하루 이틀 전까지만 해도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이 강 장관 경질 필요성을 제기했고, 소속의원 상당수도 경질 불가피론을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29일 “강 장관에 대한 공격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며 ‘교체 불가’ 입장을 못박았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지금 불이 붙고 있는데 불부터 꺼야지,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강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박 대표는 또 “지도체제를 자꾸 흔들면 국민이 불안해하고 이 불안심리가 결국 경제 회복을 늦춘다”며 “앞으로는 말의 절약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내에서조차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강 장관의 경질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만수 살리기’ 발언이 쏟아졌다. 발언자 전원이 강 장관 경질 불가론을 피력했다.

한 최고위원은 “강 장관을 바꿀 경우 결국 시간 낭비만 된다”며 “대통령이 재신임 의지를 분명히 밝혀 시중에 있는 갑론을박을 잠재워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강 장관에 대한 공격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강 장관은) 외국에서 외환 조달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각종 대책에 대한 법안도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비판론이 무성한 강 장관의 업무 수행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내에서조차 확산일로였던 ‘경질론’에 대해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은 “강 장관 거취와 관련해 현재로선 상황의 변화가 없다”(이동관 대변인)는 청와대 기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세금 감면·규제완화·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 장관이 필요하다는 게 확고한 청와대 입장인 만큼 당으로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선근형·이고은기자>

경제부총리 부활도 부정적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경제부총리 부활 주장과 정부 부처간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요즘 일사불란하지 않다고 많이들 지적하는데 자꾸 옛날 사고로 생각한다”며 “일사불란할 거면 아예 한 사람이 하지, 뭐하러 여럿이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경제부총리 부활 주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끌고 있는 현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하기에 앞서 자문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것은 옛날 생각이다. 여러 생각을 갖고 많이 토론하고 최종 합의해 이를 모두가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국회만 비상국회를 요구할 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비상 청와대, 비상 정부라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도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고 경상수지도 곧 흑자로 돌아서는 등 난관을 잘 돌파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면 오히려 큰 기회가 올 수 있는 만큼 모두 비상한 각오로 난국 돌파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강만수 장관의 거취에 대해 “언론이나 당이 입장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기존 교체불가 입장에서)상황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최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