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군데의 지방 자치단체에서 재보선이 있었습니다.
역시 영남쪽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모두 한나라당이, 충청쪽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선진당이 싹슬이를 하였더군요. 다행히 호남쪽에서는 민노당에서 당선자가 나오기는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경제상황이 이 모양인데도 보수적인 정당의 후보들을 찍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것을 그칠 수 없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 더 고생을 해 보아야 정신들을 차릴 모양입니다. 한나라당과 선진당 모두 레이거노믹스나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공급주의 경제학을 맹종하는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부터 그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이 마당에, 한나라당이나 선진당 후보들을 찍는다는 것은,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참에 김일성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과 다름이 없는 짓이거든요. 이걸 왜들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였습니다.
또 한가지 답답한 것은 미국 FRB와 한국은행과의 통화 스왑협정 체결이였습니다. 분명히 외환사정이 무척이나 (당국에서는 부인하지만 미국의 파생상품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본 시중은행들 덕분에?) 어려웠던 참에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호재이기는 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환율이 떨어지고 주가가 올라가는데 환호하기만 하였지, 이 협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아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전 세계에서 물건이나 석유 등을 팔아서 벌어 각국의 은행에 맡겨놓았던 돈들이, 미국의 월가를 통해서 갚을 능력도 없는 미국 국민들에게 흘러들어갔다가 떼여 사라져 버린 데 있습니다. 즉 전 세계에서 빌려준 코묻은 돈을 미국 사람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돈을 못 갚겠다고 배째라고 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지요. 당연히 돈을 빌려준 전 세계 사람들은 더 이상 미국에 돈을 빌려주어서도 안되고, 빌려준 돈도 회수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자신들이 진 빚을 갚지 못한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만 하구요.
그러나 미국인들은 자국의 통화인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댓가들을 치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댓가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국민들이 '대신' 치르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헝가리,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의 나라들은 이미 환율의 폭등으로 외환위기를 겪었고, 멕시코, 브라질, 싱가포르, 대한민국, 인도네시아 등은 올라가는 환율로 말미암아 앉아서 자국의 부(富)가 반감되는 경험들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주변의 각 나라들이 위기상황을 맞아서 달러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매달리기에 생기는 일입니다. 남의 돈을 빌려서 날려버린 미국의 화폐인 달러를 모두들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아야 정상인데도, 도리어 모두들 달러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만약 각국이 금이나 역내 화폐를 무역의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여서,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당연히 현 금융위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인들만이 감당해야만 합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달러 가치는 폭락하고 미국인들의 부(富)도 반토막이 나고 말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들 있기 때문에 유럽 각국들은 '유로화'를 국제통화로 하는 경제블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니꼴라 사르꼬지가 제안한 '신브렌트우드 체제'라는 것은 유로화 등을 기축통화로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간의 무역거래에서만큼은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재를 하자고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고, 남미공동시장에서도 역내 교역에서는 자국화폐들을 서로 인정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인정을 하여 미국만 좋은 일을 시켜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미국은 당연히 이런 움직임에 당황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몸이 달을만도 하지요. 까딱하면 (물론 자신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금융위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혼자가 감당해야만 할 판이거든요. 그래서 자신들의 위성국가들 만이라도 달러존 (Dollar Zone)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달러스왑이라는 '당근'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입장에서는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원화에 대해서 자국의 화폐인 달러를 약간만 윤전기를 돌려서 찍어내 주기만 하면, 얼마 주지 않고도 많은 원화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같은 위성국가가 달러존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들이 빚을 못 갚은 피해를 고스란히 위성국 국민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쉬운 길인 것이지요. 추후에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빌려준 것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받고 적은 원화를 상환할 수 있으니 이득까지 볼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사실 달러 이외의 통화로 물건을 (특히 원유를) 사고 팔수만 있다면, 현재 금융위기의 피해는 모두 미국민들만 짊어져도 충분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단결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세계 인류가 미국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꿰뚫어 볼 수 있으면 경제적 패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군사적인 패권이 꼭 필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의 규모와 피해가 하도 커서, 과연 이런 미국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저도 솔직히 아직은 미지수라고 봅니다.
자자, 그러니 너무들 좋아하지 맙시다. 자국의 부(富)가 싼 값으로 미국으로 유출되는 협정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슨 큰 경사나 난 것처럼 좋아들 한다니, 우리의 지도자 양반들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까? 저는 기가 막히는데요. 여러분들은 그렇지 않나요?
Bell (j1chju69) | 10.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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