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를 대거 풀면서 10월 한달 동안 외환보유액이 274억달러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의 안정성 지표인 유동외채비율(유동외채/외환보유액)이 95%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외채비율이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외채무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100% 미만이어야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274억2천만달러 줄어든 2122억5천만달러라고 4일 발표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의 2622억달러에서 올 들어 500억달러나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37억6천만달러 감소로 돌아선 뒤 5월 22억8천만달러, 6월 1억달러, 7월 105억8천만달러, 8월 43억2천만달러, 9월 35억3천만달러 등으로 7개월 연속 감소했다.
김윤철 한은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당국이 외화 유동성 공급을 늘린데다 유로화, 파운드화의 약세로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10월 들어 외화자금시장을 통해 100억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달러를 각각 공급했으며 한은도 지난달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경쟁입찰 방식으로 외화스와프시장에 27억달러를 투입했다. 또 정부와 한은은 추가로 300억달러를 더 공급하기로 하고 10월 말부터 외환보유액을 풀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외화는 대외채무 상환과 수출기업 지원 등에 사용됐다. 한은 관계자는 “200억달러 정도가 은행의 대외채무 상환에 사용됐다”며 “유동외채도 지난 6월 말에 비해 200억달러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동외채 감소분보다 외환보유액 감소분이 더 커 유동외채비율은 6월 말에 비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유동외채비율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지난해 말 75.8%, 3월 말 81.8%, 6월 말 86.1% 등으로 급속히 높아져왔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유동외채비율이 안정선인 100%를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만기 연장이 된 외채들이 장기차입에서 석달 안팎의 단기차입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유동외채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부장은 “리먼 사태 이후 1년짜리 장기 외채는 대부분 회수당하거나 3~6개월짜리 단기자금으로 연장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유동외채를 포함한 9월 말 현재 대외 채권과 채무 현황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