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란 유리한 조건 속에도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선두업체의 선박 수주는 80% 이상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수주한 물량이 있어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수주실적은 전무했으며 삼성중공업도 3척 수주에 그쳤다. 이들의 지난해 10월 수주량은 18척으로, 1년새 83%나 줄어든 것이다.

조선·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1∼8월 세계 발주량은 521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t수)로 집계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3610만CGT로 30.7% 감소했으며 9월의 세계 수주량은 94척, 180만CGT로 2005년 9월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국내 업체들의 9월 수주 물량은 70만CGT로 6월 300만CGT에서 크게 줄었다. 선박 가격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도 지난달 17일 186까지 내려간 이후 최근까지 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하락으로 물동량이 줄어 해운·조선경기와 금융시장이 위축되자 새 선박 발주가 감소한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은 데다 특히 금융위기로 선박금융이 얼어붙은 탓에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척당 수천억원대를 호가하는 선박을 발주할 때 선주들이 상당 부분 융자를 쓰는데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발주를 늦춘 것이다.

또한 조선경기와 연관된 해운업황 지수도 급락했다. 주요 지표인 철강·석탄·곡물을 나르는 벌크선 등의 발틱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8일 982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0선이 무너진 것은 200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5월만해도 1만1000선을 웃돌다가 최근 추락하고 있다.

수주 감소 추세는 대형유조선, LNG선 같은 고가 선박을 만드는 대형 조선사보다는 벌크선 비중이 큰 중소형사에 더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는 수주잔량이 2012년 초까지 찬 상태여서 지금 상황에서 무리해 수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미 확보한 물량만 3년치는 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면 수주를 안해도 버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조선사들은 확보한 수주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근 자금난까지 겹쳐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돈이 돌지 않아 도크를 늘리거나 선박 건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수주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올 들어 9월까지 수주량만 봐도 지난해 전체 건조량을 넘어섰다”며 “다만 벌크선이 많은 중국이나 국내 중소업체들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