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육로통행 제한·차단을 경고하고,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의 폐쇄, 남북 직통전화 단절 등 동시다발적 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이었다. 그간 북측이 군사실무회담 등에서 개성공단 중단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던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선별이행을 주장하는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전면차단 등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대화냐 아니냐 ‘시한내 양자택일’ 메시지
‘개성공단 폐쇄’까지 압박수위 높일 수도

◇ 북측의 의도는 = ‘최후통첩’이란 시각이 많았다. 북측이 군 통지문에서 다음달 1일까지 시한을 설정한 사실 등을 볼 때 두 선언의 이행입장을 밝히고 대화에 나서든지, 아니면 남북관계 중단을 감수할지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측은 6·15, 10·4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두 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6개월 전에 내놨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본격화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관계는 잘될 것 같지만, 이명박 정부의 태도 변화는 없어보이는 상황”이라며 “남측 정부를 압박해 태도 변화를 이끌든지, ‘통미봉남’을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의 위협수단은 미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남북 문제인 개성공단 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북 어떻게 할까 = 전문가들은 북측이 남북관계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등의 극단적 상황 예측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의 통행·통관의 장애조성 등을 통해 공단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상황까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도 “지금이야 군사분계선 통행을 제한하는 정도지만 개성공단 전면 철수까지 바라보고, 단계화 수순을 높여가면서 남쪽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는 “모든 결정은 김정일 위원장이 하고 있으며, ‘쇼다. 심리전이다’라고 하면 엄청나게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측에 군 통신관련 자재·장비를 제공하겠다며 13일 남측이 보낸 전통문의 ‘실효성’도 낮게 봤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북한이 기자재를 준다고 해서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번에도 북측에 옥수수 5만t 제공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자재장비 제공을 위한 협의에 나오더라도, 양대 선언에 대한 이행이나 대북정책 전향을 촉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한쪽으로는 대화하자고 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자극적인 얘기를 하는 등 북측에 혼선을 주는 시그널을 줘서는 안된다”면서 “북한도 남한 당국과 대화하면서 따져야지, (전면 차단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지를 절대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대통령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는데, 남북관계는 그렇지 않다”면서 “정부가 당장 대북 전단부터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6·15와 10·4 선언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해보자고 북측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