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의 마지막 ‘보루’ 개성공단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군부는 다음달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한다고 지난 12일 남쪽에 통보했다. 당장 개성공단이 문을 닫진 않겠지만, 이후 남북관계의 전개 여하에 따라선 공단 철수와 남북관계 전면 차단도 배제할 수 없는 중대 국면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공영의 성공적 실험모델로 자리잡아 왔다. 10월 말 현재 개성공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모두 83개로, 남쪽 1236명, 북쪽 3만3688명이 일하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생산총액은 4억5990만달러에 이른다.

개성공단이 닫히면, 북은 한해 3500여만달러로 추정되는 외화 수입과 일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외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의 국제적 신뢰도 및 미국 차기 정부와의 관계정상화 시도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을 결정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위도 손상을 피하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는 북이 개성공단 중단으로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의 근거다.

문제는 이런 근거에만 기대어 지켜보기에는 실제 중단시 남쪽의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는 점이다. 남쪽은 당장 수천억원대의 공단 조성 비용 포기, 기업철수에 따른 2천억원의 투자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전략적, 안보적 손실은 계산조차 어렵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코리아 리스크’가 부각돼 외국인 투자 감소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체제보전의 관점에서 경제적 손실 쯤은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라며 “막연히 기다리겠다는 정부 태도는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이 개성공단을 택한 것도 오바마 쪽에 부정적 시그널을 주지 않고 대남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사일이나 엔엘엘 도발 등을 피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의결을 보류해온 인도적 민간 대북지원 단체 대상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재개할 방침이다.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10억원대의 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14일 현재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서면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