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며 2천억달러 선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11월말 현재 외환 보유액이 2005억1천만달러로 앞달보다 117억4천만달러가 줄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외환 보유액은 지난 3월 2642억5천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8개월 만에 637억4천만달러나 줄게 됐다. 외환 보유액 감소폭은 지난 10월의 274억2천만달러에서 지난달 117억4천만달러로 줄었지만 두 달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2005년 2월의 2021억6천만달러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통화 맞교환 조기 해지로 11억달러가 유입됐고 운영수익도 20억~30억달러 발생했지만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142억달러 규모의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느라 외환 보유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로화,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의 약세로 이들의 달러 표시 잔액이 줄어든 것도 보유액 감소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은은 시중은행들이 정부와 한은으로부터 공급받은 외화 유동성을 외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지난달 한 달 동안 외채가 120억달러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10월에도 외환 보유액이 줄면서 외채가 230억달러 가량 감소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10~11월 경쟁입찰 방식의 스와프 거래와 수출입 금융 지원 등으로 시중에 모두 319억달러를 공급했다.

한은은 외환 보유액이 크게 감소했지만 외채가 그만큼 준데다 현재의 외환 보유액 규모가 대외지급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