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설정액이 연초보다 90% 이상 줄어든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 국내 주식형 펀드 3개당 1개, 해외펀드는 절반 가까이 연초에 비해 설정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동부자산운용의 ‘더클래식금융섹터주식1클래스C’가 연초 11억원에서 90.5% 줄어 1억원만 남았다. 또 칸서스자산운용의 ‘하베스트멀티주식1C-C’(-90.0%), 한국투신운용의 ‘셀렉트가치주식1(I)’(-85.4%), 하이자산운용의 ‘중소형주식플러스주식1-Ci’(-75.0%) 등도 설정액 감소율이 컸다. 펀드 설정액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져 운용력을 상실한 ‘무늬만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우리CS자산운용의 ‘이스턴유럽주식클래스C-W’(-98.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아솔로몬주식1클래스I’(-97.0%), 유리자산운용의 ‘글로벌노르딕주식(C/C)’(-96.4%) 등이 연초에 비해 90% 이상 설정액이 감소했다.

11월말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658개 중 240개(36.5%), 해외 주식형펀드 717개 중 317개(44.2%)가 연초보다 설정액이 줄어들었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펀드 설정액 감소분의 상당수가 환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설정액 감소폭이 가장 큰 국내 주식형펀드는 2004년 1월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로 설정액이 연초 2조5135억원에서 3108억원 줄어들었다. 또 SH자산운용의 ‘미래든적립식주식C’는 같은 기간 설정액이 7431억원에서 5372억원으로 2059억원 감소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솔로몬주식1’은 연초(2조5613억원)보다 1949억원 줄어든 2조366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형펀드로는 슈로더투신운용의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A’가 연초 1조4207억원에서 3355억원 줄어든 1조852억원으로 집계돼 설정액 감소 1위를 차지했다. 신한BNP파리바투신의 ‘봉쥬르차이나주식1’은 연초(2조4817억원)에 비해 3298억원 줄어든 2조1519억원으로, 같은 회사의 ‘봉쥬르중남미플러스주식-자H클래스1’은 연초(8778억원)보다 3056억원 줄어든 572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운용 중인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산운용사는 SEI에셋코리아자산으로 전체 펀드의 설정액 총계가 연초(6281억원)보다 1159억원 줄어든 5059억원을 기록했다. 신한BNP파리바투신(-968억원),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644)도 감소폭이 컸다. 해외 주식형펀드 운용사 중에서는 피델리티자산운용(-2886억원), 프랭클린템플턴투신(-2453억원), 우리CS자산운용(-2154억원) 등의 설정액이 많이 줄었다.

한편 지난 9월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로 ‘펀드런(펀드의 대량 환매)’이 우려됐지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되레 늘어났다. 연초 68조1900억원이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11월말 현재 85조8942억원으로 16조7042억원 늘어났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액도 연초(51조8841억원)에 비해 2조7375억원 늘어난 54조612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주가 폭락 이후 반등 기대감으로 적립식 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데다 손실폭이 지나치게 큰 투자자들이 타이밍을 놓쳤다고 보고 환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난달 펀드 설정액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