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의 11월 수출과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수출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경제의 침체가 깊다는 것을 뜻하고, 중국의 수입이 줄어들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기회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 수출 급감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일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1149억87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2%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수입도 748억97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7.9% 줄었다. 다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무역흑자는 400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애초 예상보다도 훨씬 나쁜 것이다.

중국의 수출은 10월까지만 해도 예년 수준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11월 들어 급전직하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대미 수출은 6.1%나 줄었다. 10월에 21.5% 늘었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쪽 수출도 2.4% 감소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 수출의 60% 가량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결합한 외국 기업에서 일어난다. 최근 홍콩과 대만계 기업이 많이 진출한 광둥성과 한국계 기업이 몰려 있는 산둥성에서 기업 도산과 공장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친황다오에서 해운사를 운영하는 윤아무개(44) 사장은 “수출을 주로 하는 한 한국계 기업이 최근 외국의 주문이 급감해 직원 1천여명을 줄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급감은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중국의 수출은 2000∼2006년 해마다 20% 정도 늘었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를 넘어섰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내년 수출 증가율이 4.2%에 그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7.5%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내심 사수하려는 ‘경제성장률 8%’를 밑도는 수치다.

■ 한국에 더 큰 충격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도 심상찮다. 이는 중국에 물건을 파는 나라의 투자와 생산에 곧바로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한국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충격이 크다.

한국의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2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10월의 2.6% 감소에 비하면 하락세가 부쩍 빨라졌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급감은 위안화 대비 환율이 상당히 오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불길하다. 대중국 수출의 70%가 가공무역을 위한 원부자재 수출이어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한진 코트라 차장은 “지금이라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 구조를 고기술·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교역 위축은 세계적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제가 내년에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활력을 잃으면 세계경제가 비빌 언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엔진이 구덩이에 빠진 세계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용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