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도 " 악 !" 통장 줄줄이 샜다. 코스모스펀드 12-16 15:41
수십억대 펀드 손실 · 강남아파트 값 폭락… '악몽의 2008년' PB 258명 대상 조사, 95%가 "20% 넘는 손실" 부동산 투자자는 이자막기 급급… "내년엔 주가 회복할 것" 기대 #1. 10년 동안 부동산과 확정금리 상품 위주로 보수적 투자를 해 금융자산만 10억원으로 불렸던 자영업자 A씨. 지난해 가을 '펀드 열풍'에 편승해 3억원 가량을 펀드에 넣었다가 50% 넘는 손실을 봤다. 게다가 하락장에서 '이번이 바닥'이라는 생각에 정기예금 등을 해약해 여러 번 '물타기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 규모만 더 키웠다. #2. 지난해 7월 정부의 토지 보상금으로 20억원의 목돈이 생긴 D씨. 주변에 펀드 투자로 재미를 본 사례가 속출하자, 평소 '땅이 최고'라던 지론을 바꿔 과감히 펀드에 투자했다. 3개월 정도는 짭짤한 수익을 거뒀지만, 이후 하락장에서 환매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1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올해 금융위기는 국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악' 소리 나는 경험을 안겨줬다. 수년 동안 전 세계를 들뜨게 했던 자산 버블이 일시에 꺼지면서 발생한 탓에 부자들도 재산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멀뚱히 바라봐야만 했다. 물론 저소득층처럼 생계를 위협 받는 것은 아니지만, 수개월 만에 수억~수십 억원을 날려버린 부유층도 속이 쓰린 게 사실이다. 15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하는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프라이빗뱅커(PB) 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고객들의 평균 재테크 수익률이 0% 이상이었다는 응답이 단 한명도 없었다. 전체의 64%가 '-20%'라고 답했고, 31%는 '-30% 이하'였다. 결국 전체 응답자의 95%가 '고객들이 평균 20% 넘는 손실을 봤다'고 응답한 셈이다. 내년 재테크 수익률 목표도 낮았다. 응답자의 45%가 '연 10~15%'를 제시했고, '연 5~10%'라는 답변도 28%나 됐다. 70% 이상이 내년 적정 목표수익률을 10% 전후로 잡은 셈이다. 다만, 유망한 금융상품으론 70%가 '주식 혹은 주식형펀드'라고 답해 올해 급락한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다. 반면, '부동산'을 꼽은 PB는 겨우 1.2%로,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충분한 여윳돈으로 금융자산에 투자한 부유층은 사정이 나은 셈이다. PB들은 '중산층보다 소득이 많지만 자산 규모는 크지 않은 중상급 부자들'의 상황이 훨씬 나쁘다고 전한다. 전문직 종사자 등 '중상급' 부자들 중에는 2006~2007년 새 대출로 서울 강남의 대형 평수 아파트를 사는 식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여러 채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일부는 변호사 사무실, 병원 개업, 사업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일부는 펀드 등에 투자했던 고객들은 반토막 펀드를 환매할 수도 없고, 반토막 강남 아파트를 팔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월 소득의 상당부분을 이자 내는 데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유명해진 여성 변호사 C씨는 서울 서초동에 번듯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끊임없이 대출을 늘렸는데, 올 들어 갑자기 이자가 크게 늘자 3개월 전 사무실을 정리하고 종적을 감췄다. 신용카드사는 C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퇴 후 연금 외에 특별한 소득이 없는 노인 자산가들도 지난해 펀드 열풍의 피해를 입은 대표적 계층이다. 국민연금과 상가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D(65)씨는 그 동안 정기예금 등 확정금리 상품 위주로 자산을 운용했으나, 지난해 동네 모임을 통해 단체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노후자금이 반토막 났다. 재테크에 있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부유층들은 내년에 일부라도 회복하기를 꿈꾸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PB들은 "은행 후순위채나 7%대 정기예금 등 고수익 확정금리 상품에도 일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내년에 주식시장이 회복될 경우를 대비해 주로 3개월짜리 단기 상품과 CMA, MMF 등 유동성 계좌에 현금을 묻어 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