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美·中과 협력하되 할말은 제대로 해야” [경향신문] 10-13 07:40
2006년 10월 09일(월) 오전 07:38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별회견에서 “동북아 정세가 2차 냉전시대를 지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또 한번 우리가 시련 속에 있지 않나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동북아질서 재편에 대한 격정을 토했다. “줄 것은 다 주면서…”라며 참여정부의 외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슬기로운 외교’에 대한 조언도 쏟아냈다. 회견날 저녁에 나온 북한의 핵 실험 발표에 대한 입장은 추가로 보내왔다. 회견은 3일 오전 10시30분 시작돼 당초 예정을 30분 넘긴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경향신문 송영승 편집국장과 특별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북한 핵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대치, 일본의 우익 아베 정권 출범, 중국의 동북공정 등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어지럽습니다. 최근의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동북아 정세는 제2차 냉전시대를 지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1차 냉전이 미·소 대립이었다면 2차 냉전은 미·일 대(對) 중·러인데 그 사이에 한국이 1차 냉전 때와 같이 주무대가 되는 상황으로 가는 게 아닌가, 또 한번 우리가 시련 속에 있지 않나 걱정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북한 외무성이 ‘핵 시험’ 계획을 공표하면서 국제사회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핵실험은 안됩니다. 핵은 미사일과 다릅니다.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일본·대만을 핵의 지뢰밭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고, 동북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것은 남한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국은 미사일방어(MD) 개발 등 군비를 더 한층 강화할 것이고, 일본에서는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불법자금 돈세탁 의혹을 제기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고 북한과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BDA 문제가 늦어진다고 해서 핵으로 가서는 안됩니다.”－한반도에서는 북핵 문제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슈인데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해법엔 전제가 있어요. 미국이나 일본이 정말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거냐, 그것이 확실하면 해법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미국·일본이 동맹을 강화하고 MD체제를 만들고 일본이 개헌까지 운운하는 판에, 그 사람들이 잠재적인 적으로 중국을 설정하고 북한을 악당으로 만들어 자기네 세계전략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려는 입장이라면 해결할 기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자꾸 북한에 미국 네오콘(강경보수세력)이나 일본 극우세력에 구실을 주느냐, 내가 보기엔 북한이 떳떳한 점도 많은데 당당하게 6자회담에 나가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도 모라토리엄(발사 유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대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라, 경제제재를 해제하라고 문제제기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BDA 문제는 증거가 있으면 내놔라, 그러면 처리하겠다고 6자회담 가서 얘기해야죠. 미국도 미흡합니다. 있으면 증거를 내놓아 북한을 책임지게 만들고, 없으면 BDA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정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외교의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는 의문, 즉 외교의 중심축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외교가 별로 안 좋은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4대국에 포위된 유일한 나라인데 상당히 걱정스러운 면들이 있습니다. 그 책임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중요한 동맹국인데 미국에선 한국에 대한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요.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한 카드와 국무부 부장관 하던 아미티지 등과도 최근 얘기했는데, 우리가 베트남 파병하고 이라크 파병도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이 하고, 미2사단을 전방에서 뽑아내는 것도 동의해주고, 일본도 안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죠. 내줄 거 다 내주면서 미국 입장을 고려한 나라인데 2차때전때 미국과 싸운 독일 만큼도 대접을 안 해주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우리 외교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화당 싱크탱크 책임자가 왔을 때도 미국 사람들은 한국이 은혜를 모른다고 비판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6·25전쟁 당시 미국하고 소련하고 38선 그어서 분단된 것 아니냐, 또 조급히 철수하고 한국은 미국의 방위권 밖이라고 떠들어서 최근 KGB 해제문서를 보면 김일성이 그것 때문에 스탈린 설득해서 한국에서 전쟁했는데 왜 그런 일은 생각 안 하느냐 했더니 잘못한 것이라고 얘기하더라. 우리 국민이 성질이 급해서 흑백논리, 적이냐 내편이냐 식으로 자꾸 보는데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가 말했잖아요. 한국은 네마리 코끼리 다리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운신을 잘해야 한다고요. 미국 갔다온 사람들이 전부 미국이 우리보고 나쁘다고만 한다는데 우리 외교당국과 국민, 여야 모두가 좀 더 우리 입장도 세워서 따지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부시 행정부와 같은 근본주의적, 보수성향의 미국 정부가 지속되는 한 남북관계가 우리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만. “미국이 북한을 봉쇄하고 경제제재한다는데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공산국가를 압박해서 성공한 예는 없어요. 중국도 베트남도 못했고 쿠바는 50년 동안 봉쇄해도 현재까지 못하고 있어요. 북한 같은 데서도 ‘봐라 우리가 못 산다, 이게 전부 미 제국주의 때문이다’고 국민을 단결시키고 적개심을 일으키는 겁니다. 반면 대화를 통해서는 해결이 안된 데가 없습니다. 북한을 자꾸 밀어붙이면 우리한테 손 벌리고 중국한테도 손 벌리잖아요. 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은 북한이 중국 일변도가 아니었습니다. 근데 (미·일이) 중국이 두려워 잠재적인 적으로 생각하고 북한을 몰아붙여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중국군이 압록강 주변에 포진해 있어요. 북한 상품의 8~9할이 중국제품입니다. 그렇게 되면 압록강 선에 있던 중국 힘이 휴전선까지 내려오고, 남한에 온 압력은 바다 건너 일본과 태평양으로도 가는 겁니다.”－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남북관계는 진전이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정책 탓도 있지만 한국정부의 대외정책 역량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도 이만큼 성장하고 경험도 많이 쌓고 경제력도 있는 만큼 이제 대북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선 안됩니다. 한번 당했으면 됐지 왜 두번 당해야 합니까.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해 협력할 건 하고 안되는 건 안되는 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해야합니다. 내가 해놓은 것에서 한 발 더 나가는 합의를 봐야 돼요. 일단 만나게 되면 역사적 평가를 위해서라도 뭔가 일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햇볕정책은 성공한 겁니다. 훨씬 더 성공할 수 있는데 북·미 관계 때문에 지금 안되는 거지요. 개성공단 제품도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잖아요. 우리 기계, 우리 돈 갖고 하는 건데 북한 노동자 쓰니까 안된다고요. 남북 문제는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불가침조약도 체결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야 해요. 또 북한에 중국이 반(半)을 하면 우리도 반(半)은 도와줘서 균형을 잡아야지, 중국이 지금같이 북한쪽으로 밀려오면 나중에 정치력, 군사력도 그렇게 돼요. 미국을 잘 설득해야 합니다. 한국은 절대로 우리(미국)와 좋은 관계다, 동맹으로서 충실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선 의견이 다른 점도 있다고 미국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한국이 미국을 싫어한다, 중국쪽으로 가는거 아니냐, 이렇게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면 일이 어려워요.” －김전대통령의 대북 특사설도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사는 대통령 생각을 잘 아는 장관급이나 국무총리급 사람이 가서 현 정권의 업적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가 간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장래를 어떻게 볼 것이냐, 4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이 살아나고 무난히 통일할 수 있겠느냐, 이런 기본적 문제를 얘기하려는 것이고요. 또 북한 보고 제발 미국 네오콘이나 일본 우익세력만 좋아하는 부적절한 일 좀 하지 말라는 얘기죠. 이번에 일본 아베 총리가 된 것도 결정적으로 납치 문제가 도움을 줬어요. 다 돌려보내고 한 사람 문제 때문에 그런데요.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러는지 얘기 좀 하려고 방북할 생각을 가졌거든요. 근데 상황이 남도 북도 좋지 않아서 못가고 만 거지요.”－김전대통령 재임중인 1998년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있었지만 이후 한·일관계는 곡절이 많습니다. “일본 문제는 어렵게 돼가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세력이 헌법도 고치자, 해외 파병도 하자, 전쟁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일본의 민주주의가 피흘리고 싸워서 쟁취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쟁후 맥아더가 들어와 민주주의 하라고 하니까 한 거지요. 민주주의 뿌리가 약하니까 저렇게 돌아가도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어요. 또 과거 나쁜 짓에 대해 교육을 안 시켜서입니다. 독일은 교육하고 반성하고 배상해서 새로 태어나는 독일을 확립시켰어요. 그러니까 프랑스·영국·소련도 통일하라며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독일은 어떤 의미에선 적게 주고 많이 받은 거지요. 근데 일본은 정반대예요. 독도 문제도 있는데, 내 앞 정권에서 독도에 군함 보내고 할 때 독도는 가만있어도 우리가 유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그대로 가면 기정사실화돼 우리 것이 되는데 저럴 필요가 없다고 한 적이 있죠. 난 5년간 독도의 ‘독’소리도 안했습니다. 일본 사람 7할 이상이 독도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러다 지금 다 알아 이제 우리 영토다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일반적인 외교문제와 독도 문제는 갈라야 합니다. 외교는 아무리 미워도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이웃사촌보다 더 다정하게 손잡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국익에 안 맞으면 냉정하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4대국에 대해 절대로 원수지면 안됩니다. 문제 있으면 따지더라도 거기에 국한시켜야지 나머지로 확대시켜선 안됩니다. 다만 일본에 대해 우리가 비판적으로 한 것은 실패했다고 보지 않아요. 미국에서조차 일본에 대한 비판적 얘기가 나오고 있잖습니까. 일본이 자꾸 우경화하는데 중국과 협력해 견제하는 게 필요하고 우리 경제나 안보를 위해 일본이 도와주는 것도 필요합니다.”－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한·중·일간 역사전쟁의 전선이 한층 복잡해지고 그것이 3국간 양자외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나도 놀랐어요. 내가 몇 년 전에 중국 지식인과 만나 당신들이 천하중심 사상을 옛날부터 갖고 있는데 지금도 갖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시인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번에 동북공정을 보고 중국의 패권주의적 생각이 보이고, 참 실망했어요. 그런 엉터리 소리가 어딨습니까. 고구려가 우리 땅이란 것은 자기들도 역사책으로 얼마나 써놓고 이제 그런 소리를 합니까. 하나의 교훈도 준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반미 얘기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럼 중국이다’라는 심정이 약간은 있었는데 결국 외국은 다 외국이다, 이해가 맞으면 좋아지는 거고 이해가 안 맞으면 나빠지는 거라고 교육을 시킨 셈입니다. 그러나 중국도 우리에게 중요하고 절대로 적대시할 필요가 없어요. 동북공정 문제는 그것대로 철저히 연구해 이론과 학문을 갖고 대응해야지, 그 문제와 오늘날의 문제를 혼합해선 안됩니다. 러시아는 많은 자원을 갖고 있고, 앞으로 유라시아 관통 철도를 연결하는 데 있어 중요해집니다.” ◇작통권 환수－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듯한 양상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그럴 만한 사안입니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작통권이나 한·미 FTA는 국론 분열을 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다 잘 되자는 얘기 아니요. 작통권 회수를 반대하는 분들도 아직 국방을 단독으로 하기 어려우니까 회수해선 안된다는 거지, 그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이 안하겠다고 하면 좋지만 우리가 어떻게 되건 자기네 세계전략 때문에 안할 수 없다고 나오는 거 아닙니까. 작통권 회수에 반대하는 분들은 미국에 해야지 우리 정부보고 얘기하는 건 맞지 않죠. 현재 큰 오해가, 우리 정부가 미국 감정을 자극하는 일들을 해서 미국이 토라져서 그럼 너 가져가라 식으로 됐다고 말들을 하잖아요. 이건 정부로서도 큰 문제죠. 우리 정부도 이렇게 하면 우리가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걸 국민들한테 설명해줘야 합니다. 한국의 주 방위는 우리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방위를 책임질 사람이 내세우는 조건이 중요합니다. 미국이 (환수 시점을) 2009년이라 하지만 우리는 2012년이라 하고 있습니다. 3년이 더 필요하다는 거고 우리가 근거있게 주장한다면 미국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지 내놓을 사람이 이거면 된다고 얘기할 순 없지요. 미국도 어떻게 구체적으로 우리가 안심하도록 지원할 것인지 얘기해야 합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작통권은 우리가 인수 안하고 싶어도 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권이 정당정치를 폄훼하면서 관료엘리트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진보적 학자인 최교수의 이 발언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정당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교수가 작심하고 얘기한 모양이던데(웃음)…. 정당보다도 지금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대한 얘기인데요. 우리가 50년 전에 민주당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1955년인가 그래요. 근데 4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독재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 둘째는 관권 경제에 반대하고 시장경제를 지킨다, 셋째는 사회복지제도를 최대한 강화한다, 넷째는 남북대결 체제에서 평화통일로 간다는 것이었죠. 이 전통은 지금 보더라도 훌륭한 것입니다.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노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자로서 민주당의 전통과 정강정책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국민한테 약속을 했어요. 햇볕정책을 계승한다 해놓고 대북송금 특검을 했는데 특검만 하더라도 현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해 가지고 수많은 희생을 냈고, 결국 (박지원 실장이) 1백50억원을 수뢰했다고 했는데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습니까. 여하튼 지금 분당을 했는데, 그 분당한 게 표 찍어준 사람들한테 승인받은 적이 없거든요. 표 찍어준 사람들은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오늘 여당의 비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안토끼 놓친 격입니다. 오늘날 열린우리당이건 민주당이건 비극은 결국 국민이 지원했던 당이 갈라서면서입니다. 정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하지 않느냐, 그래서 우리 정당정치가 상당히 후퇴해버렸습니다. 자유당때 이래 쭉 양당정치가 제대로 돼왔는데 선거때 표 얻었던 약속을 다 뒤집고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데 갈라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정당사에선 대단히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이 없고요.”◇FTA와 양극화－한·미 FTA 문제는 어떻습니까.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됩니다. 미국화된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강철에서 미국을 이겼고 자동차도 잠식해 들어가고 있잖아요. 한국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는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어요. 왜 우리가 갑자기 조선에서 세계 1등 된 줄 아세요. 디지털 기술과 접목시켜서 그렇게 된 거지요. 그런 걸 팔아먹을 시장이 필요하고 그러니까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근데 지금 걱정하는 문제들에 대해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농산물같은 취약 부분은 정부가 보완조치를 해서 경쟁력이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칠레하고 할 때도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해놓고 보니까 잘 됐잖아요. 만약 우리가 미국하고 안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본이나 중국이 미국과 FTA 해서 거의 관세없이 파고들어가는데 우리는 비싼 관세에 물려 딱 막히면 어떡할 겁니까. 다만 이해관계자들이 겁먹으니까 정부가 철저히 교육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시장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대응책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손에 쥐어주듯이 알려야 합니다.”－양극화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의 정부에선 생산적 복지를 내세웠습니다만은.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한 게 기초생활보장제입니다. 근본 문제는 취직입니다. 취직이 안되니까 못사는 거지요. 대기업은 돈을 벌어들이고 푸니까 구매력이 생기지만 일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건 중소기업이 해야 하고 경쟁력 강한 기업들을 육성해야 됩니다. 그게 부품소재 산업입니다. 지금 막대한 양을 외국에서 사들여 오는데 그걸 우리나라에서 해야 됩니다. 그러면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반기문 외교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되면서 한국외교의 위상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큰 희소식이라 생각해요. 반기문 장관 자신이 세계적으로 1급 외교관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요. 또 우리끼리는 좋으니 나쁘니 하지만 한국이 국제사회로 나가면 모범 국가입니다. 유엔 회원국이 192개국인가 된다는데 그 중 150~160개국은 한국을 모범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반도가 분단된 나라이기 때문에 협상이나 조화, 이런 면에서 더 경험이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있다고 봅니다. 반장관이 국가적 자산이고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대담=송영승 편집국장〉〈정리 이기수·이주영/사진 박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