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사고...행사 자체가 모순

YTN | 기사입력 2009.02.10 05:15[앵커멘트]

많은 사상자를 낸 화왕산 사고는 주최측인 창녕군이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에 있는 억새밭을 태우는 행사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손재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수만 명이 운집한 산 정상에서 18만㎥의 억새밭을 태워 장관을 연출한다는 화왕산 억새태우기.

결국 재앙으로 끝이 났고 이 행사를 주최한 경남 창녕군의 무사안일한 안전대책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남 창녕군은 최근 경남지역에 오랫동안 가뭄이 지속됐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계속된 가뭄으로 억새는 바싹 말라 불이 붙자 마자 엄청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때마침 돌풍이 억새밭을 휘저었고 관람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화염에 갇혔습니다.
[인터뷰:관람객]
"바람이 이쪽에서 불다가 다시 역행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억새밭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어요."

산악인들은 산에서는 항상 돌풍과 회오리 바람이 수시로 불어 바람을 예측할 수 없다며 창녕군의 이런 행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창녕군측은 방화선을 억새밭 둘레에 50m 폭으로 구축해 놓는 등 나름의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강변합니다.

[인터뷰:창녕군청 관계자]
"방화선을 구축해 풀을 베내고 등짐을 지고 물을 뿌렸습니다."

그러나 소방전문가는 산불의 경우 안전대책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산불에서는 불티가 멀게는 수킬로미터까지 날아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인터뷰: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산에서는 회오리, 강풍이 불때는 거리를 예측못합니다. 적정 방화선의 폭이 얼마가 돼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건조한 날씨속에 돌발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행사 강행.
산불을 놓아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모순된 행사취지가 결국 재앙을 불렀습니다.
YTN 손재호[jhson@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