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가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하자 미국 정부는 3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으로 대응했다. AIG는 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무려 617억달러(주당 22.95달러)의 순손실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손실액 52억9000만달러(주당 2.08달러)에 비해 크게 악화된 수치로 블룸버그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AIG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245억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해 정부로부터 총 1500억달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AIG의 실적발표 직전에 30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추가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정된 구제금융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재 AIG에 가입해 있는 보험 고객의 수가 미국에서만 3000만명을 넘고 있어 파산할 경우 큰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우선주 매입은 종전의 400억달러 우선주 매입에 비해 AIG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정해졌다. 미 정부는 400억달러의 우선주를 "보통주와 닮은" 새로운 주식과 교환할 예정이다. AIG는 지금까지 우선주에 대해 10%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미 재무부는 성명서에서 "AIG가 자회사 매각 등 자본확충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함으로써 시스템적으로 중대한 실패 기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제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장기 대책을 마련함에 따라 AIG는 향후 수년 내 여러 개 회사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AIG는 우선 화재보험 부문 지분 19.9%를 12개월 내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매각해 분사키로 했다. AIG와 완전히 독립된 별개 회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AIG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389억달러를 상환하는 대신 아시아 소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어슈어런스(AIA)와 아메리칸 라이프 인슈어런스(ALI) 등 산하 2개 회사의 지분을 해당 금액만큼 넘길 계획이다. 수정안은 또 기존 구제금융 계획에 포함돼 있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00억달러 대출 지원에 대한 금리 조건을 완화했다. 현재 대출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3.0%' 조건이나 새 조건은 리보금리 하한을 없앰으로써 AIG의 대출이자를 연간 10억달러 정도 줄이게 된다. 무디스는 이날 AIG 후순위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2'의 '정크(쓰레기) 본드' 수준으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IG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편 한국AIG생명은 사실상 AIG에서 분리되고 AIG손보는 AIG 내에 머물기는 하지만 손해보험지주회사(AIU홀딩스)로 묶여 독립 경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AIG생명이 소속된 AIA는 재무제표상으로는 AIG의 자회사가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사업체가 된다. 이에 따라 당장 한국 AIG생명은 사명을 AIA생명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AIG측은 AIG생명이나 AIG손보 가입자들의 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윤원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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