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AWSJ 기고문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그런가 하면 그의 견해에 대한 반박 기사도 있다.  도대체 뭐가 옳고 뭐가 그른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생각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조선업체들의 헷지용 선물환 매도가 아닌가 싶다.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둔 건 아니지만 대강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가상해 보자.

2008년 중에 현대중공업이 배를 100억불 어치 수주해서 2009년 중에 모두 인도하기로 한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 때 선박선수금으로 10억불을 미리 받았다고 가정한다.

<2008년>

현대중공업이 선수금으로 받은 10억불을 현물환시장에서 매도하고 이 금액을 모두 한국은행에서 최종적으로 매입했다고 치자.  그러면 단기외채(선박선수금)이 10억불 증가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역시 10억불 증가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 중에 수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머지 90억불에 대해서 선물환 매도를 통해 헷지를 했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선물환거래의 상대방인 은행이 환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은행은 해외에서 90억불을 단기차입해서 현물환시장에서 매도하는 방법으로 환위험을 헷지하게 된다.  현물환은 역시 외환보유액 증가로 귀결된다고 가정하자.

결과는 단기외채 90억불 증가, 외환보유액 90억불 증가이다.

전체적으로는 단기외채 100억불 증가, 외환보유액 100억불 증가이다.

즉, 미래에 선박을 건조해서 인도해서 받을 돈을 미리 (해외)금융기관에서 융통해서 금고(외환보유액)에 넣어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현대중공업이 배를 건조해서 모두 선주에게 인도했다고 치자.  선주는 선수금 10억불을 제외한 90억불을 지불할 것이다(⇒ 외환보유액 90억불 증가).  그 결과는 선박선수금 10억불 소멸, 그에 상응하는 단기외채 10억불 감소이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2008년에 체결한 선물환계약에 따라 현금으로 받은 90억불을 은행에 인도하게 된다. (※ 선박대금 100억불은 2009년 경상수지에 잡히게 된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90억불을 받은 은행은 단기외채 90억불을 상환하게 된다.  따라서 단기외채 90억불이 감소하고, 외환보유액도 90억불 감소한다.

전체적으로는 단기외채 100억불 감소, 외환보유액은 변동 없음, 그리고 경상수지 100억불 플러스 요인이다.

즉, 2009년에 현대중공업이 100억불 짜리 배를 선주에게 인도하면 선주가 잔금 90억불을 지불하고 선박선수금 10억불은 소멸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시 90억불을 은행에 인도하고, 은행은 이 돈을 해외 금융기관에 변제하게 되므로 단기외채는 90억불이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단기외채는 총 100억불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선주에게서) 90억불 들어왔다가 도로(=해외금융기관에게) 90억불 나가므로 변동이 없다.

아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단기외채는 줄어드는데, 한 번 늘어난 외환보유액이 그대로라니....???

맞다.  그럴 리는 없다. 

그러나 방금 든 예만 놓고 보면 맞다.  실은 현대중공업이라고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박을 건조하는 데는 원가가 든다.  특히 배를 건조할 때 해외에서 수입해서 들여와야 하는 원자재라든지 부품 등이 문제가 된다.  예컨대, 100억불 짜리 배를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60억불 어치의 원자재(철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철광석, 석탄 등을 누군가가 수입을 해야 하니까)가 들어간다면 그만큼 경상수지에는 마이너스 요인이고, 외환보유액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렇다 해도 조선업종의 선물환 매도 등으로 생긴 단기외채는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요즘 신규 선박수주 실적이 없다는 얘기도 있으므로 굳이 예상해 보자면 앞으로 한동안은 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로 인한 환율하락 압력은 없을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 환율이 높은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