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은 대학에는 새내기들의 풋풋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대학이 상큼한 곳만은 아니지요. 후배를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는 이어지고 있고 폭력과 음주 사고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대학 신입생들의 사망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작년, 용인대 신입생 강장호씨가 입학식도 치르기 전 선배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뒤, 훈련을 받다가 머리를 다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MBC <PD수첩>에 따르면 용인대 체육대학에서는 지난해에도 뇌출혈을 일으킨 신입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작년, 경희대에서도 가혹하게 벌어졌던 ‘새벽 5시 예절교육’을 <한겨레>가 보도하여 큰 파문을 낳기도 하였지요.

 

체대 내 폭력이 위험한 수준입니다. 작년, 조성호씨 등 한국체육대학 학생 3명이 다른 대학의 체육 전공생 180명을 상대로 ‘대학 운동선수 선후배 집단의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학내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지요. 폭력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1%가 ‘생활태도 불량’을 꼽았으며, ‘잘 모르겠다’고 답한 학생도 31%에 이릅니다. 응답자의 58%는 맞거나 기합을 선 뒤 ‘증오심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3월 2일, 경희 대학교 체대를 다니는 최 아무개씨를 만났습니다. 언론의 보도 이후 부조리가 뿌리 뽑혔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이제 4학년이 되어 폭력에서 자유로울 듯싶었지만 대학 폭력은 학년이 아니라 학번이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자신은 대학에 늦게 들어가 나이가 어린 선배들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말을 꺼냅니다. 작년, 그가 겪은 학교 폭력을 들어보았습니다.

 

“엎드려, 바로 어떻다 할 것도 없이 각목으로 10대를 때려”

 

-왜 구타를 당했는지요?

“저희 과에서는 동아리에 의무로 들라고 해요. 학교 전체에서 하는 중앙동아리가 있고 과에서 하는 동아리가 있는데, 과 동아리에 들어 하나씩 운동하라고 하죠. 그 모임에 의무적으로 들어야한다고 해서 들었죠. 무조건 해야 된다고 말은 하는데, 사실상 공식적인 게 아니더라고요. 강압적으로 시켜서 하나씩 들어 활동을 해요.

 

그 모임마다 동아리장이 있는데, 학번이 높은 사람이 하죠. 모임이 가는 게 바보에요. 예를 들어, 4명이 모여야 하는데, 2명이 안 오면 남은 2명이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애들이 요령껏 빠지죠. 저는 나이도 어린 게 아니고 운동에 모든 걸 쏟아 붓을 형편이 아니라서 다른 것도 준비하는 게 있었어요. 이런 핑계도 있고, 하기 싫은 것도 있어서 못가는 날이 있었죠.

 

어느 날, 모임에 사람들이 너무 안 나와서 분위기가 안 좋아진 거예요. 문자가 학번별로 많이 와요. 몇 학번 밑으로 집합, 이런 식으로. 학교 안 가는 날인데도 오라고 하고, 어처구니없는 문자가 많이 와요. 동아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시달리다 일이 터진 거죠. 사람들이 너무 안 왔던 거죠.

 

저는 참석을 못 하는 날이랑 사유가 있으면 내라고 해서 적어서 제출했는데, 애들이 안 나오니까 기분 나쁘다고 공포분위기 조성하고 집합을 걸더라고요. 저는 못 간다고 써냈는데, 그 다음날 오래요. 갔는데, 안 갔던 애들이 다 있고 이미 맞았더라고요. 저만 맞으면 되더라고요. 다 맞고 서있었어요. 엎드리래요. 엎드리니까 바로 어떻다 할 것도 없이 각목으로 10대 맞았어요. 끝나고 보니까 피멍이 시퍼렇게 들었더라고요.“

 

-구타가 많이 있나요? 맞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과 전체에서 때려요. 머리박고 이런 건 많이 하죠. 그런 걸 다 치면 저는 작년에 네 번 정도 당했죠. 그래도 저는 나이가 있어서 체벌을 할 때, 많이 빼주고 봐줘요. 모이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형들 빠지라고, 집합 있었을 때, 이렇게 많이 빼줘요. 그렇게 각목으로 맞은 건 한번이에요.

 

저는 나이가 어린 애에게 맞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정신적 충격이 조금 다르죠. 사람들이 받아들여져서 맞는 건 아니지만 전 좀 더 달랐죠. 학번에 밀려서 나이 어린 애에게 맞았으니까요. 그 때, 저랑 비슷한 나이의 친한 사람들이 맞았는데, 아무 말도 못한 게 답답하고 후회되지요. 솔직히, 지나고 후회하면 소용없는데, 그때 개기고 그런 건 아니어도 이건 아닌 거 같다고 얘기를 못한 게 아쉬워요.

 

“대학교 체대, 군대보다 더 최악의 집단”

 

저는 군대에서도 안 당했던 것들들 다 당했으니까요. 물로, 군대에서 괴롭히는 고참들 있죠. 그래도 맞은 적도 없었거든요. 대학교가 훨씬 심해요. 기분이 나쁠 분더러 비교가 안 되는 거 같아요. 저는 군대보다 더 최악의 집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때 맞은 것은 과에서 공식적으로 때리는 게 아니었어요. 공식집합에 제가 문제제기를 했으면 파장이 컸겠죠. 쉽게 말하면 비공식적으로 음지에 가서 맞은 거죠. 저는 그런 공간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맞고 나서 사람들은 뭐라고 하나요? 바꾸자는 움직임은 없나요?

“당연히, 원통해하죠. 그래도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합 받고, 맞을 때는 그냥 맞고, 샤워장에서 씻으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하고 집에 가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어요. 정말, 어디에 찔러봤자 어떻게 안 되고, 학교이미지도 있잖아요. 체면, 이런 것도 있어요.

 

작년에, 08학번 들어왔을 때, 신문에도 나왔어요. 08학번 애들을 예절교육 한다고 새벽부터 불러서 갈구고 때리고 머리박고 했나 봐요. 그런 식으로 하니까 한 아이가 엄마에게 일렀나 봐요. 엄마는 또 신문사에 찔렀나 봐요. 신문기자가 체육관 창문에서 기다리다가 새벽에 찍어서 올려서 난리가 한바탕 있었지요.

 

그러고서 조금 잠잠했죠. 그런 게 있으면 당분간 자제해야겠다고 대놓고 얘기해요. 눈에 띄게 달라지기보다는 자제하죠. 구타와 폭력이 점점 줄어드는 건 분명한데,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을 거 같아요. 학장부터 문제가 있어요. 저는 들은 얘긴데, 부모가 찾아갔대요. 그런데, 오히려 학장이 막아주더래요. 때린 애들을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말하지 않고 체대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그랬대요. 어차피 학장이 그렇게 나가는데, 뭐 어떻게 하겠어요.

 

어느 정도 학번이 되어야 때리고 구타에 관여할 수 있어요. 군대로 말하면 짬이 좀 되야 때릴 수 있어요. 대학에서 짬은 나이가 아니라 학번이에요. 군대가 어떻게 보면 남자에게 장점이 되죠. 군대를 적정한 시기에 갔다 오면 고학번이지만 저학년으로 활동하는 거잖아요. 아무런 터치를 안 받죠.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휴학을 많이 했다가 군대를 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친한 선배이자 한 살 동생이 있는데, 하도 휴학을 많이 해서 이제 3학년 올라가요.

 

1학년 애들은 한 학년이 끝나면 놀라울 정도로 엄청 많이 전과를 해요. 전과가 잘 되기도 하지만 맞는 게 너무 싫으니까 아예 전과를 해버려요. 체대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없어 보여요. 바꾸려는 엄두를 못 내는 거 같아요. 저는 조교랑 학생회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위에서부터 머리가 바뀌어야 바뀔 거 같아요.“

 

“1학년 애들, 맞는 게 너무 싫으니까 아예 과를 바꿔”

 

-누가 구타에 적극 가담을 하나요?

“몇 번 모이면 벌써 때리는 학번들이 누군지 감이 잡히잖아요. 남자애들은 남자애들 때리고,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 때려요. 여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더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남자들 같은 경우, 군대 갔다가 복학하는 예비역들 있잖아요, 학교생활 다시 시작하는 학번이 때려요. 복학하는 첫 회에 적극 가담하는데, 지난 학기를 보면, 05, 04학번이 때리죠. 아직까지는 그렇게 갈 거 같아요.

 

많이 때리는데, 한번은 경찰이 왔어요. 소형차가 아니라 데모진압차가 왔어요. 어떻게 신고했는지 모르는데, 그렇게 또 한 번 뒤집혔죠. 학장도 말하더라고요. 진짜 처벌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더라고요. 안 넘어갈 거라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올해 09학번에게 예절교육은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기 중에까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거 같아요.“

 

-체대에서는 조교 힘이 세고 분위기를 잡는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과 시스템이 조교에 의해서 굴러가고 돌아가요. 일반 학과 조교실에 가서 조교를 대하는 거랑 달라요. 마치 무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긴장해야 하고 질문거리가 하나 있어도 편하게 가서 물어볼 수 없어요. 과사무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런 분위기 조성을 하려고 안하죠.

 

모든 애들 굴리고 갈구는 걸 조교가 조종하는 거죠. 조교가 직접 하는 게 아니고 학생장, 부학생장, 학생회 애들을 불러놓고 시키는 거죠. 조교가 걔네들 불러서 애들 요즘 안 좋다고, 갈구라고 하더라고요. 아니면, 애들 앞에서 대놓고 잡으라고 해요, 그러면 곧, 집합이 걸리게 되죠.

 

다른 거보다도 저희 체대에도 과가 여러 개 있는데, 저희 과는 단체 운동이 있어서 최고로 빡세요. 1학점자리인데, 이 시간에 다른 과목을 짜지 못해요. 5시부터 과 전체가 모여서 단체로 모여서 학교를 뛰고 운동을 하는 거예요. 다 하는 거라 안하면 졸업이 안돼요. 원래 다른 체육학과도 단체운동이 있었는데, 사고가 터지면서 없어졌어요. 그래도 저희과만 남았고 그만큼 군기가 제일 세죠.

 

저희학교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학교랑 비교하는 것을 아이들이 싫어해요. 나름대로 학교를 사랑하는 애들은 학교 열심히 나오고 체벌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자부심이 강해요. 자부심 있는 애들은 비교하는 거를 싫어해요. 단체운동이 없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하는데, 저희 과 취지는 명색이 유명학과인데, 단체운동을 함으로써 운동능력을 키우려는 거죠. 운동을 못하는 애들도 있어요. 학교입장에서는 졸업했는데, 운동을 못하면 좀 그렇잖아요. 그런 거 때문에 더 운동을 시키는 것도 있죠.“

 

폭력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와 학생,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

 

작년, 경희대 태권도장에서는 새벽 5시부터 예절교육이란 이름으로 가혹행위가 벌어졌습니다. 한 신입생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며 “선배들도 예전에 당했을 텐데 왜 계속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을 했지요. 더 무서운 건 이 말을 한 신입생이 시간이 지나 당한 걸 그대로 되갚는 ‘선배’가 된다는 점입니다.

 

학교의 방관과 무관심도 문제입니다. 사흘 동안 벌어진 예절교육에 대해 유재충 경희대 체육대학 부학장은 “요즘 신입생들이 체육대학생답지 않게 체력과 예의가 부족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참가한 교육”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윤우상 경희대 체육대학장은 “우린 전혀 꺼릴 게 없다. 떳떳하다”며 “그만하면 성공적인 오티였다. 내가 체대를 이끄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자들이 이렇게 상황인식을 하고 있으니 사고가 나는 겁니다. 체대 새내기들은 대학생활 시작하기도 전에 폭력에 시달리는데, 학교 책임자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떳떳하다며 신입생들이 예의가 없다고 합니다. 예의가 없으면 때려서 가르치는 곳이 대학입니까. 책임을 지지 않고 정당화하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걸 보면서 비싼 돈 내고 '폭력소굴'로 들어가야 체대생들이 불쌍합니다.

 

군대에서도 이제 일어나지 않는 폭력이 지성인의 모임이라고 하는 대학교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배들의 욕설과 폭언, 공포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앉았다 일어나기, 머리박기, 귀 잡고 엎드려뻗치기 등 여러 가혹행위가 이뤄집니다. 여기를 누가 대학이라고 믿겠습니까.

 

폭력을 쓰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인격이 파괴하고 타인의 아픔에 무뎌집니다. 이를 악물고 참았던 피해자들은 어느새 눈에 살기를 띄고 주먹질을 하는 가해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폭력을 가르치는 학교, 폭력을 배우는 학생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폭력에 둔감한 이 사회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