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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2년새 두배로
서울시내 모 중학교 1년 A양(13)의 학교생활은 괴롭다. 돈을 요구하는 2·3학년 선배들 때문이다. 용돈과 학원 교재비까지 한달 새 10만원을 털어 줬지만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하자 구타가 시작됐다. 지난달 말엔 노래방에 불려가 맞기도 했다. 선배들은 마이크를 돌려가며 노래를 부르는 사이 번갈아 가며 A양의 뺨을 때렸다.
이런 A양의 상황을 담임교사가 알아챘다. 표정이 어둡고 풀이 죽은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한 담임이 이유를 물었지만 A양은 한사코 입을 다물었다. 거듭되는 채근에 A양은 사정을 털어놓으면서도 보복을 겁내 "그냥 모른 척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학부모로선 자녀들 학교 보내기가 갈수록 걱정스러워진다. 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벌어진 학생들 간 폭력사건은 해마다 50%씩 늘고 있다. 각 초·중·고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에 고발돼 처리한 폭력 건수가 2006년 3980건에서 2007년 5449건, 지난해는 8438건으로 급증했다. 2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폭력을 행사한 가해(加害)학생 수는 3.5배나 늘었다. 2006년 6267명이던 것이 2007년 1만1270명, 지난해는 2만787명이 폭력을 행사해 각 학교 자치위에 고발됐다. 폭력 건수도 늘었지만 사건 한 건당 더 많은 학생이 가담하면서 폭력성도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피해학생 수도 2년새 세 배(2006년 5752명→2008년 1만5447명) 가까이 늘었다. 폭력 유형별로는 신체적 폭력(2008년·64.5%)이 가장 많았고 금품 갈취(20.8%), 집단따돌림(5.1%), 협박(1.9%) 순이었다.
특히 중학교 시절이 가장 위험하다. 지난해의 경우 중학교에서 5788건의 폭력이 발생, 전체 폭력사건의 69%를 차지했다. 고교는 2452건(29%), 초등학교는 198건(2%)이었다.
일선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초등학생 폭력은 대수롭지 않은 아이들 싸움으로 쉽게 해결되지만 중학생부터 심각한 폭력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 H중학교 학생지도 교사(40)는 "초등학생처럼 부모님 관심이 집중되지도 않고, 고등학생이 갖는 대학 입시 부담도 없는 중학생이 가장 통제가 힘들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송동호 교수(소아정신과)는 "중학생은 사춘기를 겪거나 갓 벗어나는 시기라 자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고등학생이 되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능력이 길러지면서 폭력성도 감소한다"고 말했다. 집단따돌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중학생 시기다.
◆'빙산의 일각'
학교 폭력은 피해학생의 상흔(傷痕)이 일생을 두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정신과전문의 김현수씨는 "청소년 시절 또래로부터 배척당한 충격은 예상보다 크다. 심하게 맞거나 따돌림당하면 자신감을 상실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우울증, 대인기피·사회공포증을 겪으며 어른이 돼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로 잡히는 폭력 건수가 급증한 것은 일선 학교가 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교과부 박정희 학생생활지도팀장은 "2005년부터 학교마다 자치위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함으로써 그 동안 쉬쉬하고 넘어가던 문제를 양지로 끌어낸 만큼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자치위에 신고되는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앞서 A양처럼 보복이 두려워 숨기는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홍준 실장은 "2007년 하반기 우리 재단에 들어온 상담 건수만 4600건이 넘는다"며 "상담을 하지 않는 학생도 많기 때문에 학교 폭력의 실체는 추정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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