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사회부 최인수 기자]

인터넷 도박판에서 백전백패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났다.

상대방의 패를 훔쳐 볼 수 있는 뷰어(Viewer)와 손님을 가장해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 수백 억대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관리자 기능을 통해 게임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면서 회원 4만여 명으로부터 한 판에 많게는 수억 원의 판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아르바이트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한 뒤 상대방이 든 패를 훤히 들여다보거나 바닥에 깔린 다음 패를 미리 볼 수 있는 속칭, '패짱보기' 프로그램을 가동해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이들은 또 게임 참가자에게 포커게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패를 주고, 자신들은 가장 높은 패를 쥐는, 속칭 '잭팟주기' 기능으로 판돈을 키워 거액의 돈을 잃게끔 유도했으며, 판돈을 2배씩 늘리는 이벤트를 적용하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일반 손님을 가장해 게임 참가자들에게 도박을 하도록 한 뒤 판돈이 적은 경우 고의적으로 게임 참가자에게 돈을 잃어주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판돈을 싹쓸이하도록 프로그램이 적용돼 게임 참가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오모(36) 씨는 "마음만 먹으면 관리자나 인공지능 로봇이 언제나 게임에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참가자들은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혐의 등으로 운영자 방모(36)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프로그래머 등 일당 6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포커와 맞고 등 사행성 인터넷 도박게임을 직접 개발한 뒤 뷰어와 호객용 로봇을 가동해 130억 상당 판돈 규모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 서버를 두고, 태국 파타야의 전원주택에 환전 콜센터를 차려놓은 뒤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이들이 판돈의 약 12%를 수수료로 챙기면서 최근까지 모두 75억 상당의 부당 이익도 챙겨왔다"고 덧붙였다.

경찰관계자는 "멋모르고 인터넷 도박에 뛰어든 게임 참가자들은 물론 타짜들도 무조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대박을 꿈꾸는 도박 참가자는 결국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ppl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