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 종교, 문화 등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재계쪽의 발길이 뜸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재벌그룹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다지만 '과거 권력'에도 예를 갖출 줄 아는 재계의 관례를 감안하면 의외라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셋째 날인 25일 오전까지 봉하마을회관과 분향소 앞에는 고인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상징하는 화환 100여개가 놓여있다. 서거 첫날 주민들에게 짓밟힌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화환을 제외한다면 주로 민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과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노사모 등 지인들이 보낸 화환이 대부분이다. 재계쪽에서는 LG전자 남용 대표이사만이 눈에 띌 뿐이다. 대우조선해양 봉사단체의 구자운 다물단장, 르노삼성측에서는 신희철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이 화환을 보냈지만 이는 회사를 대표한다기보다는 단위사원을 대표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소위 '10대그룹'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쪽의 화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화환은 사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정부3부요인이나 종교계에서 보내오는 화환은 불가피하게 거절할 수 없어서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아직 구체적으로 화환 수를 세어보지 않았다"며 "재계에서 보내온 화환을 따로 세어볼만한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례위원회측의 고사와는 별개로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좀체 조의를 표하지 않는 상황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가원수를 지낸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는 대기업 총수들의 조화와 조문이 줄이은 바 있다. 이때문에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재임기간 내내 각종 규제문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재계의 섭섭함이 이같은 상황을 낳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영수씨(58·부산 사상구)는 "이 나라의 대통령 아니었나. 잘하든 못하든 돌아가셨으면 찾아뵙는 게 예의가 아닐까"라며 "대통령이라면 이나라의 어른인데, 누구든지 재계를 대표해 한 분은 찾아오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말없는 국민들이 소리 큰 사람보다 더 무섭다"며 "기업도 우리 경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요즘 화환 보내면 정부가 가만 있겠나. 기업들이 정부 눈치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배기자 kjb@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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