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북핵 해결 도움 안되고 긴장만 고조
ㆍ‘조문 정국’ 돌파 정치적 의도 깔린듯

정부와 여당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선언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검토론, 핵주권론, 핵무장론까지 나온다. 실효성도 의문이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시키는 등 역내 안보지형을 뒤흔들 사안들을 무분별하게 거론하는 양상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킬 뿐 북핵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은 강경 일변도다.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6·25 이후 최대 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에선 전작권 환수 재검토론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황진하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은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작권을 이양받기로 한 2012년이 적절한지 정치적, 군사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7일 고위당정에서도 6월 한·미 정상회담 때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를 논의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의 요구뿐 아니라 미국의 국방개혁 차원에서 합의된 것이다. 따라서 재협상 요구는 한·미간 불협화음만 키울 뿐 현실화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주권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해외 주둔군의 재배치를 끝내고 예산배정까지 완료한 상태다.


핵 주권론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핵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 등 ‘평화적 핵이용권’ 요구가 다수이지만, 일부에선 핵무기 개발도 주장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지난 27일 “북한 핵 문제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처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면 우리도 핵으로 대응하는 게 기본”이라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의 핵주권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핵 주권론은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 등 동북아를 ‘핵 무덤’으로 이끌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핵무기 보유론이나 핵 재처리론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명분을 스스로 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권의 강경 모드에는 북핵 긴장 국면을 활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조문 정국’을 돌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장의 슬픔에 젖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방증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은 이제 집권여당이란 점을 인식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정부도 사태를 대결로만 몰고갈 게 아니라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