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광고불매 ‘정당한 권리’ 인정 코스모스펀드 06-12 19:13
ㆍ법원 판례… 검찰 조사·고소 사례도 없어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미국에서 언론 소비자 단체들이 펼치는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검찰이 조사하거나 고소한 경우는 없다.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법원 판례도 광고주 불매운동을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미 언론 소비자들이 펼치는 광고주 불매운동의 주 대상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다. 2008년 미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론 폴 하원의원은 폭스뉴스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폴 의원은 자신의 웹페이지 데일리폴(www.dailypaul.com)에 폭스뉴스에 광고를 계속할 경우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게재해 광고주에게 광고 중단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보이콧(www.unitedboycott.org)이라는 시민단체도 폭스뉴스에 광고하는 광고주 명단을 게재하고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적인 광고주 불매운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미 검찰이 조사하거나 고소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광고주 불매운동이 언론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최진봉 미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12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독자와 시청자들의 광고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은 미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소비자운동의 하나”라며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광고 불매운동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소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송한 경우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결과적으로 패소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유명 라디오 방송 진행자 마이클 세비지는 2007년 이슬람에 대한 인종차별로 광고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10억원 상당의 광고 손해를 보자 그는 소비자단체를 고소했다. 하지만 그가 고소한 내용은 불매운동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송 내용을 무단 전재했다는 저작권법 위반에 관한 것이었다. 광고주 불매운동 자체가 헌법에 보호되는 권리이다보니 다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전 교수는 “광고주 불매운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검찰에서 먼저 나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언소주’엔 발빠른 검찰 수사 ㆍ첫 불매운동 기업 고소 없이 이례적 소환 ㆍ“공권력 남용…조·중·동 보호 수사냐” 지적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 광고를 낸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노승권 부장검사)는 12일 “언소주가 첫 불매운동 대상으로 삼은 ㄱ제약 임원 1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11일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언소주가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엄단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 임원을 상대로 언소주 활동으로 업무에 방해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언소주의 강요로 추가 광고를 집행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ㄱ제약에 대한 전화 공세 등이 언소주의 조직적인 활동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언소주가 ㅅ그룹 5개 계열사를 2차 불매운동 기업으로 선정한 데 대해서도 업무방해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기업체의 고소·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검찰이 ‘조·중·동 보호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변 송호창 사무차장은 “피해자의 처벌의사 표시는 수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먼저 수사에 나선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소비자 권리 운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는 사회적 논의가 형성되기도 전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업체 관계자를 부른 것일 뿐 형사처벌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현철·구교형기자 cho1972@kyunghyang.com> 과거부터… 기득권에 약하고 약자엔 강한 검찰 ㆍ‘광고불매’도 충분한 법리검토 없이 속도전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기득권 보호’를 위한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ㄱ제약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형사처벌 가능 여부에 대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한 뒤 하루 만에 본격수사에 들어갔다”면서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이뤄져야 함에도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이 누군가 등을 떠밀어 수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언소주가 광고중단운동을 벌였을 때 업체의 고소가 없어 수사 착수에 애로를 겪자 업체들을 상대로 고소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 사퇴한 임채진 검찰총장은 당시 수사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른 것임을 밝혀 ‘기획 수사’였음이 확인됐다. 이번 검찰 수사는 아예 업체의 고소와 상관없이 이뤄지며 형사 처벌을 전제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따라 의견이나 정보 공유를 통해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물리력 행사와는 명백하게 구분돼 보호되어야 한다”면서 “규제해서는 안되는 영역을 무슨 대단한 권리침해라도 있는 것처럼 간주하고 규제를 가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득권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검찰 수사는 과거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의 경우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간신히 기소를 했다. 2000년 6월 법학교수들이 이 문제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3년6개월가량 시간을 끌었다. 검찰은 결국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부하직원들만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 헐값 발행 사건 역시 시민단체가 무려 6번이나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은 삼성특검팀에 의해 기소가 됐고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돼 검찰 체면이 구겨졌다.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특공대의 무리한 진압이 참사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검찰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이유로 피해자격인 철거민들을 무더기 구속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철거민은 경찰의 진압과정과 관련된 수사기록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법원이 공개를 명령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조현철·구교형기자 cho197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