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통 20여일 앞두고 기존 5200원서 23% 인상 추진 인천공항 고속도 경우 일반 고속도보다 4배 비싸 정부, 교통량 잘못 예측 만성 적자… 혈세로 보전 서울과 강원도 춘천을 잇는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오는 7월15일 개통한다.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평소 1시간30분 소요되던 서울∼춘천 간 통행시간이 38분대로 대폭 단축된다. 당연히 축하 분위기로 들떠야 하지만 지역정서는 냉랭하기만 하다. 고속도로가 민자로 건설되면서 비싼 통행료가 되레 지역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 반발 움직임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도로변에 ‘살인적인 통행료, 축하행사 취소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는 인천공항 등 5개 노선이고, 서울∼춘천 등 5개 노선은 건설 중이다. 광주∼원주 등 6개 노선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애초 결정된 통행료도 비싸다며 낮춰 달라던 주민들은 사업자가 다시 1212원 인상한 금액을 신고하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통행료 인하운동에 나섰다. 이 요금은 민자고속도로인 경기도 광주∼원주 56.9㎞의 제2영동고속도로(미착공)의 통행료(3300원)보다 2배 정도 비싼 것이다. 지난해 12월29일 민자로 개통한 부산∼울산고속도로 통행료도 주민들의 요금 인하 요구에 휩싸였다. 2000년 11월 개통한 인천공항 민자고속도로는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4배가량 비싼 요금이 책정됐다. 이에 주민들은 크게 반발해 통행요금을 10원짜리 동전으로 지불하거나 닭 등 현물로 내기도 했다. 2006년 1월 민자로 개통한 대구∼부산고속도로는 승용차 기준 9200원을 받는다. 같은 구간 경부고속도로의 요금은 6500원이다. 민자로 건설돼 2002년 개통한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승용차 기준 요금은 8300원이다. 그러나 이 구간을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달리면 5800원만 내면 된다. ◆수요 예측 잘못으로 ‘세금 먹는 하마’ 민자고속도로=2001년부터 7년간 3개 민자고속도로 운영회사에 들어간 세금은 8011억원이다. 민간 건설 및 운영회사의 적자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세금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민자도로로 빠져나가고 있다. 민자고속도로 운영자들이 수익을 내려고 비싼 요금을 책정해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 혈세마저 가져가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수요 예측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정부가 민자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때 수요 등을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교통량은 2002년 12만1496대의 차량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통행량은 5만4244대에 그쳤다. 잘못된 수요 예측 때문에 정부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369억원을 지원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역시 2003년 4만6423대가 통행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교통량은 2만1859대에 불과했다. 이런 잘못된 예측 때문에 개통 이후 5년간 정부 지원금 1974억원이 투입됐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4개 민자사업의 교통량 예측치 오차율이 55.46%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면 ‘예측’으로 보기 어렵다. 박 의원 측은 “사업단계에서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의 비용 비교를 질의했지만 ‘별도로 비교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것이 정부 부담의 증가 요인”이라고 밝혔다. ◆민자고속도로 사업 개선 필요성 대두=정부는 예산확보 정도에 따라 공기가 유동적인 정부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자사업을 선호한다. 국토부는 민자고속도로의 단점인 세금지원과 비싼 통행료 논쟁을 없애려고 2006년부터 추진되는 도로에 대해서는 MRG를 폐지했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 도로공사 통행료 수준으로 요금을 정하고, 정부 재정지원 요구가 낮은 사업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통행료와 세금지원이 낮은 사업자를 경쟁입찰로 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에는 MRG가 적용돼 계약기간 만큼 세금이 계속 지원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민자고속도로의 비싼 통행료로 인한 갈등을 없애고 정부재정 지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새로 건설되는 민자고속도로에서는 재정부담이 없고, 정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수준에서 요금이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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