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 원문 기사전송 2009-09-15 10:20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한 북파공작원의 진실을 밝혀냈다. 북한에서 간첩활동을 벌이다 체포돼 대남간첩교육을 받고 다시 남한으로 보내진 북파공작원 심문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자수했지만 이를 위장 자수로 간주, 사형시킨 ‘특수임무수행자 심문규 이중간첩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15일 “‘특수임무수행자 심문규 이중간첩사건’을 조사한 결과, 심문규가 귀환한 뒤 자수했지만 육군첩보부대(HID)가 이를 위장 자수로 판단, 처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심문규는 1955년 9월 동해안을 통해 북파돼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군에 체포됐다. 이후 약 1년 7개월 간 북한에 머물며 대남간첩교육을 받은 뒤 1957년 10월 북한으로부터 남한 육군첩보부대 기밀 탐지 등의 지령을 받고 남한으로 보내졌다. 심문규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HID에 자수했지만 HID는 심문규를 563일 동안 불법 구금하며 북에 대한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육군특무부대로 사건을 넘겼다. 심문규의 신분이 일반인이었지만 사건은 군검찰에 송치됐고 이후 1961년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심문규는 사형당했다.

또 HID는 심문규가 북파됐을 당시 예정시간에 돌아오지않자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던 심문규의 아들 심한운(당시 8세)에게 “아버지를 만나게해 주겠다”며 제식훈련, 산악훈련 등을 비롯, 강도 높은 군사훈련까지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심문규가 위장 자수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다”며 “당시 첩보부대 장교 등이 진실화해위 측에 ‘북파공작원이 다시 내려와 자수를 하더라도 다시 교육을 시켜 북파 시켰다. 이를 거절할 경우 군사재판에 회부에 사형을 시키기도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심문규의 사형 집행 사실을 가족에게도 통보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가족은 시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가족은 2006년이 되서야 사망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 측은 “국가가 가족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