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이들은 향후 9년 안에 새로운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고 미국의 경제패권도 급격한 몰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6일 걸프지역 산유국과 홍콩의 중국 금융 소식통들을 인용해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중국·러시아·일본·프랑스와 함께 석유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중지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달러화 대신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로, 금과 걸프협력위원회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부다비·쿠웨이트·카타르 등이 계획하는 공동통화 등으로 구성되는 통화바스켓을 사용할 계획이다.

신문은 러시아, 중국, 일본, 브라질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미 이같은 계획을 놓고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소식통들은 새 바스켓 통화가 설정되기 전의 과도기를 9년 뒤인 2018년까지로 잡았으며, 이 기간에 사용될 통화는 ‘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근의 금값 폭등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런 회동 사실을 알고 일본과 걸프 산유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까지 포함된 ‘국제적 음모’에 맞서 싸우겠다고 확인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중국의 금융 소식통들은 이번 논의가 너무 진척되어 이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며 “러시아도 궁극적으로 자국 루블화를 통화바스켓에 포함시키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런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과 중국의 석유자원 확보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월가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은 달러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으며, 브라질과 인도도 비달러화 석유결제 체제 구축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중국과 브라질 양국은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최근 중국 방문 당시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 구축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란 역시 지난 2006년에 석유결제에서 달러화로 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달에도 외환보유에 달러 비중을 줄이고 유로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