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주가조작 의혹 코스모스 11-06 13:40
(서울=연합뉴스) 외한은행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기(氣)싸움이 가관이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최고위 경영진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면서 `인분', `코미디' 등의 속된 말들이 튀어나오더니 급기야 `법리나 제대로 아느냐'는 식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 양상 까지 연출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합리적인 구속 기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양측 사이에 회복하기 어려운 감정의 응어리가 남는다면 우리 나라의 사법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은 진실 규명이다. 차관급인 전직 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초대형 법조 비리에 연 루된 혐의로 구속된 이후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지만 국민은 누가 이기느냐에 대해 별 관 심이 없다.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검찰이 자청한 일요일의 긴급 브리핑에 주목하고자 한다. 대검 중수부가 사상 초유의 영장 재청구를 감행하고 이어 주가 조작의 개요와 증거 수집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등 진행 중인 사건 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한 것은 매 우 이례적인 일로 혐의 입증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브리핑은 론스타의 `검은 거래'에 대한 전모를 처음으로 백일하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 지 않다. 외환카드 합병 건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문제의 2003년 11월20일 외환 은행 이사회는 론스타 본사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어로 진행됐다고 한다. 론스타측은 비밀 유지를 위해 회의 내용의 녹음을 금지했으나 이사회 회의록 작성을 담당한 외환은행 직원이 `보이스 펜(펜처럼 생긴 소형 녹음기)'에 이사들의 발언을 몰래 담았고 검찰은 이 보이스펜의 녹음 파일을 확보해 현 장 상황을 그대로 되살려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동성 지원이 아니라 감자 방침을 흘려 주가 하락을 유 도하려던 론스타측의 속셈을 간파해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외국 펀드의 최고경영진이 3년 전에 한 일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둘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사회 다음날 `감자 계획'이 포함된 보도자료가 배포됐고 6천 원대의 주가가 불과 일주일 만 에 2천 원대로 폭락했다가 다시 반등할 기미를 보이자 곧바로 합병이 단행된 것을 보면 검찰의 사건 재구성 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보이스펜이 관련된 예전의 사건들에서 녹음 내용의 증거 효과가 부인된 전 례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속단은 금물이다. 검찰과 법원이 다툴 일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검찰이 재구성한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보다 훨씬 경미한 주가 조작 혐 의로 구속된 예가 수두룩한 터에 유독 이번 사건에서만 시장 교란 행위나 중대 범죄 해당 여부 등을 따지는 것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