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받는 매체 상위권 휩쓴 조·중·동 코스모스펀드 09-25 17:39
MBC가 2년 연속 신뢰도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사IN>이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7년 9월만 해도 일반인이 꼽은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KBS였다. 당시 1위였던 KBS 신뢰도는 27.3%, 2위였던 MBC 신뢰도는 16.1%로 KBS에 대한 신뢰가 10% 포인트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 조짐이 나타난 것은 정권이 바뀌면서였다. 2008년 6월 <시사IN>과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미디어 선호도 조사에서 양대 방송사 간 격차는 오차 범위 내로 급속히 좁혀졌다. 단수 응답 기준으로 2008년 KBS 신뢰도는 18.4%, MBC는 18.1%였다(‘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2곳을 답해달라’며 복수 응답을 요구해온 역대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와 달리, 2008년 미디어 선호도 조사는 언론사 1곳만 지목하는 단수 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더니 2009년 8월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급기야 MBC 신뢰도가 32.1%로 KBS의 29.9%를 앞지르기 시작하고, 올해도 그 추세가 이어진 것이다. 올해 MBC 신뢰도는 31.1%로 KBS 신뢰도(28.2%)보다 2.9% 포인트 앞섰다.     ⓒ시사IN 조남진 지난 1년간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왼쪽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인규 KBS 사장의 출근을 노조원들이 저지하는 모습. 오른쪽은 MBC KBS로서 더 심각한 문제는 KBS에 대한 불신이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과 ‘가장 불신하는 언론’을 함께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지난해 6위였던 KBS 불신도(6.4%)는 올해 4위(9.8%)로 뛰어올랐다. 이로써 KBS는 조선일보(27.8%), 동아일보(14.7%), 중앙일보(13.7%)에 이어 네 번째로 불신받는 언론이 됐다. 특히 30대(15.0%)와 화이트칼라(13.9%),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층(13.0%)에서 KBS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여기에는 이병순·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불거진 공정성 시비, 이른바 ‘블랙 리스트’ 파동, KBS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MBC 불신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불신하는 언론 4위에 올랐던 MBC(12.0%)는 그 불신 정도가 올해 6.3%로 크게 완화되면서 KBS와 자리바꿈을 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이를 두고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논란이 많았지만, 그 한편에서 MBC 구성원들이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나름 노력해온 부분을 평가받은 듯하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보면 MBC를 불신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특히 보수층의 거부 정서가 약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지지층이 가장 불신하는 언론으로 꼽은 것은 MBC(24.8%), 한겨레(20.3%) 순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겨레(17.2%), MBC(11.5%)로 순서가 바뀌고 MBC에 대한 불신 강도도 크게 약해졌다. 다시 말해 MBC 전반의 보수화가 적극적인 거부층을 줄이고, 이것이 불신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가능한 것이다. SBS 신뢰도 소폭 하락 한편 뉴스 보도 전문채널 YTN의 신뢰도 순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위(16.1%)로, 최근 몇 년 사이의 약진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BS의 신뢰도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신뢰하는 언론 7위(9.2%)로 꼽혔던 SBS의 올해 신뢰도 순위는 9위(7.4%)였다. 반면 불신도는 지난해 3.5%에서 올해 6.1%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PD저널>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SBS의 경우 실제 모니터링을 해보면 뉴스·보도 기능이 타사에 비해 크게 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예능 채널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신뢰도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들어 SBS가 월드컵 단독중계 등에 사운을 거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이미지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쇄 매체 중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꼽힌 것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2년 연속 신뢰받는 언론 3위(19.9%)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불신받는 매체 상위권을 이른바 조·중·동이 휩쓰는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연됐다. 조선일보(27.8%), 동아일보(14.7%), 중앙일보(13.7%)가 차례로 불신받는 언론 1~3위에 올랐다. <중앙>과 <동아>의 자리바꿈 단, 비록 오차 범위 내라고는 하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순위 바꿈한 것이 눈에 띄었다. 동아일보는 신뢰도·불신도 모두에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뢰받는 언론 9위(8.6%)였던 동아일보의 신뢰 순위는 올해 7위(8.6%)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 불신도 또한 지난해 3위(18.9%)에서 올해 2위(14.7%)로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불신받는 언론 2위(20.3%)로 꼽혔던 중앙일보는 올해 그 자리를 동아일보에 내줬다. 신뢰도는 7.1%에서 5.5%로 하락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최근 들어 동아일보가 중앙일보에 비해 더 보수적이면서도 선명한 보도 태도를 보이면서 신뢰도·불신도가 다 같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현 정권 들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동아일보 출신 인사들이 승승장구한 데다, 동아일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지면서 지지층으로부터는 신뢰가, 거부층으로부터는 불신이 나란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듯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매체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신뢰받는 언론 6위(9.8%)로 순위권에 유일하게 진입한 가운데, 오마이뉴스와 야후가 각각 불신받는 언론 8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