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리볼빙 서비스는 신종 고리대금업 코스모스펀드 12-24 12:21
돈을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음.' 기자의 중학교 생활기록부 특이 사항 난에 선생님이 적어놓은 평가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돈에 대한 개념은 바뀌지 않았다. 지갑에 돈이 있으면 있는 만큼 쓰고, 없으면 굶었다. 현금이 없어도 외롭지 않았다. 지갑에는 신용카드 넉 장이 있다.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고객님의 신용이 좋아 카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연락이 수시로 왔다. 월급날 통장 잔고는 확인할 필요도 없이 '0'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카드 빚을 카드 회사에서 갚아주기 시작했다. 바로 리볼빙 서비스였다. 사용한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되는 방식이었다. 카드사는 연체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한 기억이 없다. 카드 회사 직원이 설명한 적도 없다. 하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카드사에서 카드 빚을 갚아주니 은행에 통장을 새로 만들고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시사IN 조남진 그런데 지난달 한 카드의 명세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청구 금액 361만2215원, 최소 결제 금액 9만4445원, 리볼빙 수수료 5만8912원, 리볼빙 결제금액 3만5533원.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리볼빙 이자율이었다. 25.9%. 빚도 없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채 이자율을 적용하다니…. 카드사에 문의하니 리볼빙 수수료는 고객의 신용 기준에 따라 9.9~27.3%로 정해진다고 했다. 지난 9월까지는 리볼빙 이자율이 23.9%였는데 이후 25.9%로 조정되었단다. 신용등급에 따라 적용되는 이자율은 물론, 이자율이 조정된 것에 대해서도 통보받은 적이 없다. 카드사 직원도 신용등급이 조정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저축예금 통장 상황이 궁금해 은행에 확인해보았다. 이율이 0.2%였다. 여기에 세금으로 이율의 15.4%를 뗀다고 했다. 사실상 제로 금리였다. 바보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금리 적용' 모르는 이용자 많아 카드사들의 리볼빙 서비스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261만명, 이용 금액은 5조2000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로 거둬들인 수익은 1조2483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에만 6134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등 리볼빙 수익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왼쪽 표 참조). 카드 업계로서는 어느 정도 신용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어서 리스크가 적다. 또 쉽게 영업할 수 있고 연체율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금 서비스와 달리 미사용 한도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리볼빙 서비스에 고금리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았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리볼빙 개념을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카드 회사가 리볼빙 서비스가 고이자 상품이라는 걸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아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리볼빙 서비스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가 신용 있는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금리를 대폭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볼빙 서비스를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카드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빠르고 안전한 초간편 무료 대출' '무수수료·무방문·무서류·최저 금리'…. 허울 좋은 말들은 죄다 늘어놓았다. 카드 회사의 카드론 관련 상품 설명이었다. 올 8월까지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0% 증가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 카드론 대출 잔액은 14조1000억원(8월 말 현재). 이는 지난해 말보다 23.7% 증가한 수치다. 사상 처음으로 카드론 잔액이 현금 서비스 잔액을 1조6000억원이나 추월했다고 한다. 카드 회사, 평균 20% 이상 고리 장사 지난해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 가운데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인 사람들의 대출은 1년 전보다 59조원가량 늘었다. 이에 반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사람들의 대출은 19조원가량 줄었다. 서민들이 리볼빙 서비스, 카드론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카드 회사는 최저 5% 안팎의 금리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20% 넘는 고리(高利)를 적용하고 있었다. 카드사들은 대부분 대부 업무로 몸집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카드 업계의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9월까지 카드업계의 영업이익은 2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올 9월까지 카드사 순이익은 신한카드 7391억원, 삼성카드 3637억원, 현대카드 2741억원, 롯데카드 1132억원에 이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카드사는 실적이 좋으면 대출 금리와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력을 받는다. 그런데 리볼빙이나 카드론 같은 대출 업무에서 엄청난 이익이 나버리자 어떤 카드사들은 회계상 순이익을 줄이려고 지출을 늘리기까지 한다. 광고와 이벤트 물량 공세가 그것이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카드 대금 연체 위기를 리볼빙과 카드론으로 모면하고자 하는 것은 위험을 확대하는 것일 뿐이다. 신용카드사가 잠재적 부실을 키우고 있다. 금융 당국이 카드사의 대부 업무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 / ace@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