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민영화의 효시는 영국이다. 1979년 대처 총리 집권 이후 공공 부문 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하던 영국은 1987년 영국공항국(BAA)을 주식시장에 올려 세계 최초로 공항을 민영화하는 나라가 된다. 런던 히드로 공항은 BAA가 보유한 대표 공항이다.
민영화 이후 BAA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 1986년 영업이윤율 32.8%를 기록했던 BAA는 2008년에는 영업이윤율을 40.2%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시설 투자를 기피하고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에 물리는 운송 요금을 올린 결과였다. 1986년 3.6파운드였던 승객 1인당 평균 항공 요금은 2008년에는 12.5파운드로 뛰었다(불변 가격 기준). 지속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런던 히드로 공항은 도착·출발 지연, 긴 대기 시간, 혼잡하고 낡은 터미널 따위 고질병을 앓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공항은 2002년 매쿼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팔렸다. 이후 매쿼리 컨소시엄은 시드니 공항의 주주 배당금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2005~2007년 3년간 배당총액은 같은 기간 매출액(순이윤이 아니다)의 49.2%에 달한다. 지나치게 높은 배당 성향으로 인해 매쿼리 컨소시엄은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시드니 공항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두 공항에 대해서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의 논리를 제공하는 매킨지 보고서마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보고서는 시드니 공항과 히드로 공항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민영화 이후에도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규제가 필요하고, 민영화 이전에 적절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두 공항은 모두 정부가 가격·서비스 규제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례에 해당한다.
매킨지 보고서의 지적대로, 공항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항 민영화 바람이 시장 만능주의의 고향인 영국에서 불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만능주의가 퇴조하는 흐름에서, 공항 민영화가 여전히 세계적 추세로 유지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 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창사 당시인 1999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공 부문 민영화 담론이 국내에서 가장 위세를 떨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