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august 11-18 20:18
침략을 당하는 쪽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도 아무리 상대를 누를 자신이 있어 전쟁을 벌이는 전쟁발발 주체라 하더라도 전쟁이라는 과정은 힘들고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의 대부분은 전쟁개시의 책임이 있는 위정자가 아닌 인민대중이 겪어야만 합니다. [ 레바논 침공 후 철군하는 이스라엘군의 모습입니다. 테러세력 제거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지만 동원 된 병사들의 힘들고 피곤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의 최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대부분의 병사도 일반 인민들이고 전쟁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평소보다 배 이상의 공역과 재화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도 바로 인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민들이 반기면서 전쟁을 하자고 먼저 목소리를 높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 카미카제나 집단 옥쇄처럼 겉으로야 천황을 위해 초개와 같이 죽어 나갔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은 제국주의 권력에 의해 타의적으로 전쟁에 강제동원 됩니다 ] 설령 군주의 전쟁 개시선언에 백성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였다는 기록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그러한 기록을 적는 주체가 위정자의 편에 서서 자의적으로 해석하였거나, 제1차대전 발발직전처럼 음으로 양으로 전쟁의 무서움보다 당위성에 대한 편견을 대중에게 심어준 경우입니다. [ 제1차 대전 당시 영국의 참전 격려 포스터입니다. 전쟁의 당위성을 인민대중에게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 때문에 유사 이래 명분 없는 전쟁은 없었습니다. 아니 전쟁을 하기 위해 어쩌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었다고 하는 편이 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어떻게든 명분을 만드는 이유는 전쟁을 일으키는 쪽에서 희생을 강요당할 인민대중들에게 자신들이 전쟁을 충분히 일으킬 만한 도덕적 사유가 있다고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 그럴듯한 명분에 속아 인민 대중들이 환호 작약하였던 경우도 있었으나 그들은 권력의 횡포와 전쟁의 진정한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 개시의 사유로 천명한 내용이 지나가던 개도 웃을 것 같은 코미디보다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 려당 麗唐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정관의 치를 하였다고 중국 역사에서 성군으로 추앙받는 唐 太宗 이세민 李世民 입니다. [ 당 태종 이세민의 동상입니다. 역설적으로 중국 역사에서는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좌측 하단부의 동상이 경극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는 설인귀입니다 ] 이세민은 돌궐을 제압하여 텡그리 카칸의 지위도 넘겨받아 중원의 황제와 초원의 칸을 최초로 아우르는 패자가 되었습니다. ( 이세민은 흉노 선비계 탁발부 후손으로 漢族이 아닌 몽골의 후예였고 사실 당 또한 漢族국가가 아니고 몽골-투르크계가 헤게머니를 장악한 국가입니다. - 관련글 참조 ) 세계의 패자가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던 이세민은 마지막 적수 고구려와 일전을 벌이려 하였고 그 명분을 찾기 위해 골몰하였습니다. [ 연개소문의 정권장악이 명분을 찾기 위해 골몰하던 이세민에게 기회가 되었습니다 ] 이때 고구려에서 정변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것은 연개소문이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 및 반대파를 참살하고 스스로 대막리지가 되어 정권을 잡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기회를 엿보던 이세민은 신하가 왕을 참살하고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시군학민 ( 弑君虐民 ) 의 죄를 묻겠다는 명분으로 645년 17 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입하였습니다. [ 하지만 이세민 또한 골육상쟁의 피를 부르며 정권을 찬탈한 인물입니다. 이렇게 억지로 명분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니 패전 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이세민이라는 인물은 그의 아버지인 唐 高祖 이연 李淵 을 강제로 폐위시키고 형제들과 반대파를 참살하여 정권을 잡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세민이 연개소문을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혹평하며 고구려 원정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이 한마디로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당시 전쟁에 동원 될 당나라 사람들은 모여서 수군대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욕 한다 " 고 말입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 ]